좌우 윙백까지 수비 가담 가능케 ‘진화’한 승리 방정식
진화한 스리백으로 뒷문 잠그고 로번 활용 역습으로 승리 방정식
엔트리 23명 전원 활용 판할 감독 최고 명장 오르고 맨유서 새 출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주인공으로 회자되고 있다. 7경기 무패행진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우승국보다 더 찬사를 받을 수 있는 팀 컬러로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네덜란드는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국립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3-4위전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비록 사상 첫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대회 최종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네덜란드는 4년 전 남아공 대회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3위에 올라 ‘토털 축구’의 부활을 알렸다. 특히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5-1로 대파하고, 마지막 경기, 브라질마저 가볍게 따돌리는 등 위력을 떨쳤다.
네덜란드의 독특한 팀 컬러는 스리백(three- back)으로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2000년대 들어 포백 수비가 자리를 잡은 후 구시대의 유물처럼 퇴출됐던 스리백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스리백은 3명의 수비수가 페널티박스 안을 지키는 데서 한 걸음 진화했다. 유사시에는 좌우 측면의 윙백 2명까지 수비에 가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대 파이브백(five-back)으로 뒷문을 단단히 잠갔다. 그리고 난 뒤 최전방의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과 로빈 판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활용한 간결하고 빠른 역습 전개로 골을 터트렸다. 코스타리카와 칠레, 멕시코 등 스리백을 구사하는 다른 팀들도 있었지만 네덜란드의 스리백이 단연 돋보였다.
이 같은 네덜란드의 승리 방정식은 브라질전에서도 어김없이 통했다. 전반 3분 만에 로번이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판페르시가 키커로 나서 선제골을 넣었다. 네덜란드는 또 전반 17분 브라질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파리생제르맹)가 헤딩으로 잘 못 걷어낸 볼을 달레이 블린트(아약스)가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브라질은 후반 들어 반전을 노렸지만 네덜란드의 철벽 스리백 수비에 가로 막혔다. 오히려 네덜란드가 후반 추가시간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뒴(에인트호벤)의 세 번째 골로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를 무패(5승2무)로 마쳤다. 네덜란드가 역대 월드컵에서 단 한 차례의 패배도 없이 마무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 패배를 당한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상 무승부로 기록된다.
네덜란드의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판할(63)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스리백 전술부터 신구조화까지 절묘하게 이뤄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그는 또 그 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제3의 골키퍼 미헐 포름(스완지시티)을 3-4위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 투입함으로써 최종 엔트리에 든 23명 모두가 월드컵 무대를 누빌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했던 결과물이다.
판할 감독은 대회를 마친 뒤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15골 이상을 넣었는데도 3위에 그쳤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환상적인 대회를 보냈다. 우리 팀과 코칭스태프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대회 내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로번은 “아무도 우리에게 3위를 기대하지 않았다”며 “3위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네덜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으로 부임하는 판할 감독의 뒤를 이어 거스 히딩크(68)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1994년부터 4년간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휘했던 히딩크 감독은 9월4일 이탈리아와의 평가전부터 본격적으로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2016년 유럽선수권까지 대표팀을 이끌 히딩크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팀을 넘겨받는다는 것은 마치 선물을 받는 기분”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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