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 천장씩 뜨는 외신사진을 꾸준히 보다 보면 기시감(旣視感)을 느끼곤 한다. 며칠 전, 혹은 몇 달 몇 년 전 본 사진이라는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세상 어딘가에선 거의 늘 전투가 있고, 시위가 벌어지고 축제가 열리고 재해가 일어난다. 사람과 공간이 바뀌어도 표정과 풍경은 다르지 않다. 슬픔, 분노, 환호, 절규….
각각을 봐도 그렇다. 전쟁의 배경은 지역마다 제각각이지만 근본의 계산은 별로 다르지 않다. 살인의 계기나 동기가 다양해도 그 뿌리가 대개 돈과 사랑인 것처럼. 그리고 세상의 모든 축제를 지탱하고 지속시키는 힘 역시 종교(기복)와 시장(돈)과 유희(사랑)다.
스페인 팜플로나시의 산 패르민(San Fermin) 투우축제는 매년 7월 6일 정오부터 14일 자정까지 열린다. 그 기간 매일 아침 8시, 사육장에서 투우장까지 그날의 싸움소들을 몰고 가는 행사가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사진 속 저 남자는 그날의 위험한 질주를 위해 저렇게 길에서 밤을 샜다고, AP 기자는 전했다. 축제를 예비하는 저 우연한 장면이 모든 축제의 황량한 끝, 또 반복될 전쟁의 휴식을 은유하고 있는 듯하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팜플로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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