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5년 판결에 분노한
'하늘 소풍' 회원 등 주부들
검사들에 편지 30여통 보내
"항소심에서 힘내세요" 응원
“검사님께서 구형하실 때 눈물이 났습니다. 한 소녀의 외롭고 고통스러운 죽음이 이제야 위로받겠구나 싶었습니다.”
소풍날 의붓딸 서현(당시 8세)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죄 등)로 기소된 울산 계모 박모(41)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들에게 엄마들의 감사의 편지가 쇄도하고 있다. 학대 부모에 엄벌을 요구하는 정서가 이 같은 편지로 반영되고 있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울산지검 형사2부(부장 김형준)에 박양호(38ㆍ사법연수원 35기) 구민기(33ㆍ연수원 37기) 조아라(31ㆍ연수원 38기) 검사 앞으로 30여 통의 편지가 배달돼 왔다. 서현이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시민모임인 ‘하늘소풍’ 회원 등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이 주로 보낸 것이다.
편지를 보낸 A씨는 지난 4월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그 작고 여린 아이의 몸으로 긴 세월의 고문을 어찌 견디고 살았을지…. 아빠라는 악마는 동거녀에게 30개의 매를 사다 주며 고문에 동참했더군요”라며 “죄를 뉘우치지 않는 이들에게 우리나라 법과 판사님들은 왜 그렇게 너그러운지 속상할 뿐”이라고 적었다.
B씨는 편지에서 “판사님들의 양형 기준은 무지렁이 아줌마로서는 생소하고 낯선 단어입니다. 그래도 저희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습니다”라며 “검사님들도 파이팅하고 힘내주세요. 더 이상 아이들이 어른들의 폭력 때문에 하늘로 가는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려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사회복지사로 병원에서 일한다는 C씨는 “정신병동 입원환자 중 많은 분들이 어린 시절 신체ㆍ정신의 학대, 방임을 경험했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검사님들의 사형 구형이나 아동학대 대응센터 설립 등이 잠재적 범죄자, 싸이코패스 등을 차단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적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검사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런 편지를 받는 것이 놀랍다”며 “정부든 사법부든 나서서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는 것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부산고법 형사합의 1부(부장 구남수) 심리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앞으로 공판에서 박씨의 휴대폰 통화 복원내용 등 추가 증거를 제출해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할 방침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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