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육군 상병으로 전역한 보호관심병사가 전역 당일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유가족들은 “절차만 따진 군 때문에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아들이 제때에 외부에서 치료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11일 군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쯤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아파트 18층에서 이모(22)씨가 투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당시 집 안에는 가족들이 함께 있었지만 이씨는 자신의 방 창문을 통해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2년 8월 경북 영천의 한 군부대로 입대한 이씨는 입대 직후 보호관심병사 A급으로 분류돼 치료를 받아왔고 병장 진급심사에서 누락돼 이날 상병으로 만기 전역했다.
그는 복무 기간 복종의무 위반과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5차례 징계를 받아 휴가가 취소됐고 100일 휴가와 상병 휴가 외에는 군 밖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5월 탈영해 긴급 체포됐다가 1개월만에 석방되자마자 중대장 얼굴을 머리로 들이받아 코뼈를 부러뜨리는 상관상해 등의 혐의로 군사법원에 넘겨져 전역 당일 오전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선고를 받았다.
군 관계자는 “이씨가 정신보건센터와 민간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왔고 형사처벌 이전에도 복종의무 위반 등으로 다섯 차례나 징계를 받았다”며 “아직까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부대 내 따돌림 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정신적으로 이상 징후가 포착된 이씨를 군 당국이 사실상 방치했다며 군의 안일한 대응을 비난했다. 이씨의 아버지(53)는 “아들이 군대에서 관심병사가 되고 2년간 휴가를 2번밖에 못 나왔다”면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처벌을 제대로 받아야겠지만 중대장이 인정할 정도로 우리 아들은 정신병자처럼 보였는데도 절차만 따지다가 조기전역 등 제때에 밖으로 나오지 못해 결국 저렇게 갔다”고 분노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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