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농산물 직거래 현장 점검차 경기 김포 소재 로컬푸드 직판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청주 서문시장 내 삼겹살거리를 방문한 데 이은 민생 챙기기 행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김포가 19일 앞으로 다가온 7ㆍ30 재보궐선거 지역이라는 점에서 야권이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날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회동하며 모처럼 청와대와 야당간 해빙 무드를 연출한 지 하루 만에 정국에 다시 냉기가 감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인천시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준비상황 보고회’에 참석한 뒤 귀경길에 김포로컬푸드 직판장을 들렀다. 이 직매장은 김포시가 운영하는 엘리트농업대학 졸업생 5명이 설립한‘엘리트농부㈜’가 지난 2012년 11월 김포산 농산물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문을 연 곳이다. 직매장 참여 농가가 농산물 판매 가격을 직접 결정하고 당일 유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운영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박 대통령은 “꼭 와보고 싶었다. 의욕적으로 하고 계셔서”라면서 “보통 판매하는 곳보다 20% 저렴하게 해서 농가에는 이득이 더 많이 가고, 전국적으로 좀 많이 퍼져 나가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판매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양파, 모듬쌈, 된장, 명월초, 콩나물, 두부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직판장 관계자, 출하 농민, 소비자 등과 간담회를 갖고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책과 농업발전 지원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방문에 대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농업 분야 창조경제 활성화, 먹거리 안정성 담보 등 주요 국정과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오래 전부터 검토해왔던 일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한 동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는 친박(親朴) 핵심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전 지역구로 유 시장이 6ㆍ4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되면서 재보선이 치러지게 된 곳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날 아시안게임 준비상황 점검차 인천을 방문해 유 시장을 만난 뒤 김포를 찾은 것도 ‘측근 챙기기’라는 인상을 줄 소지가 없지 않다.
야당도 이날 수석대변인, 당 대변인, 원내대변인 등이 잇따라 비판 논평을 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비도불행(非道不行ㆍ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뜻)을 인용하며, “박 대통령의 김포 방문은 비도강행”이라며 “후보등록일에 맞춰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김포에 간 것은 선거 개입 의혹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받는 일정은 하지 말아주십사 하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하는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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