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기저귀ㆍ남성복에도 응용
스판덱스(spandex)는 1959년 미국의 세계적인 화학섬유회사인 듀폰이 상업화한 이후 반세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고부가가치 소재로 각광받았다. 섬유산업이 쇠퇴하거나 경기침체가 이어질 때도 스판덱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며 섬유업계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듀폰의 개발에 자극 받은 일본업체들이 1960, 70년대 상업생산을 뛰어들었고, 국내에서는 태광산업이 1970년대 말 일본업체에서 기술을 도입해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국내업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시기는 효성이 국내 기술로 스판덱스를 개발해 양산체제에 돌입한 1990년대 후반부터다. 수요가 폭증하자 해마다 생산량을 늘린 효성은 2010년부터는 5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6만톤을 생산해 세계시장 점유율 32%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 터키, 베트남, 브라질 등 전세계 7곳에 생산거점을 구축해 글로벌 메이커로 자리매김 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스판덱스 생산업체가 계속 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고품질 스판덱스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로 효성과 미국의 인비스타,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등 3개 회사 정도를 꼽고 있다. 이들 회사는 각각 크레오라(Creora)와 라이크라(Lycra), 로이카(Roica)란 브랜드를 내세우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중국업체의 경우 기술과 품질은 아직 이들 업체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국 내 폭발적인 수요증가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공급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54년 전 세상에 선보인 스판덱스가 지금까지도 ‘섬유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이를 대체할 섬유가 없기 때문이다. 천연섬유와 합성섬유, 나일론과 플리에스테르의 관계처럼 대체관계에 있는 상품이 없었던 탓에 늘어난 수요는 그대로 생산증가로 이어졌다. 그 만큼 다른 섬유에 비해 비싸서 마진율도 높았다..
스판덱스가 생산되는 과정은 웬만한 섬유전문 서적에 소개될 정도로 기본적인 생산기술은 공개돼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쉽게 흉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국내외 업체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실만 보고 사업을 접었던 적도 있었다. 효성 관계자는 “중국업체가 우리와 똑같은 공장을 만들어도 아직은 고품질 스판덱스 생산이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품 균일성을 유지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다른 섬유에 비해 생산과정에서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해 생산 노하우도 축적돼야 하기 때문이다.
스판덱스가 들어간 제품은 갈수록 늘고 있어 수요는 당분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연간 전체 섬유시장 성장률이 3% 정도인데, 스판덱스는 7~10%에 달한다. 여성용 속옷과 스타킹, 란제리, 양말, 수영복, 스포츠의류 등에만 사용되던 스판덱스는 최근에는 청바지와 티셔츠, 기저귀, 아웃도어, 남성양복 등 거의 모든 의류에 들어가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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