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ㆍ환경호르몬 등 복합 요인으로 이른 나이에 성호르몬 분비 많아져
한의학계서도 성조숙증 치료 관심, 박승만 원장 481명 임상 결과 보고
한약과 성장촉진 신물질 처방해 초경 늦추고 키 커지는 효과 거둬
초등학생 딸을 둔 김초희(여ㆍ42)씨는 요즘 발걸음이 가볍다. 3년 전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초등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은 딸의 가슴에 멍울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검사결과, 또래보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이었다. 가슴이 철렁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칫 딸아이가 성장장애에다 심리적 불안이 올까 걱정스러워서였다. 하지만 한방 초경 지연 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다행히 치료와 관리가 잘 돼 이젠 딸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키도 잘 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어린이가 2012년 5만4,800명으로 2006년에 비해 9배나 늘었다. 이 질환을 해결하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성장치료 전문인 하이키한의원(대표원장 박승만)은 2006년 1월~2014년 5월 초경 지연을 목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받은 481명의 여자 어린이를 추적 관찰한 결과, 천연 한약으로 성호르몬의 진행을 늦추면서 초경을 지연하고 키도 크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8,9세 이전 사춘기 징후 나타나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여자 어린이는 8세 이전, 남자 어린이는 9세 이전에 분비돼 사춘기 징후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자 어린이가 남자 어린이보다 10배 정도 많다. 성조숙증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판이 빨리 닫혀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다는 점과 여자 어린이의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유방암이나 조기 폐경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조숙증은 여자 어린이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가슴멍울이 잡히고, 남자 어린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발달한다면 이를 의심할 수 있다. 이밖에 여드름, 머리냄새, 겨드랑이 땀냄새, 음모ㆍ액모의 발현, 냉대하 등과 같은 분비물 생성 등이 있다. 남자 어린이는 음모의 발현, 여드름, 몽정, 식욕 증가, 변성기 시작 등이 나타난다.
성조숙증은 뇌의 종양이나 성호르몬 분비기관의 질환으로 인한 병적인 요인과 특별한 이유없는 특발성으로 나뉜다. 최근 늘어나는 성조숙증은 대부분 특발성으로 비만이나 영양과잉, 환경호르몬,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가족력(부모가 일찍 사춘기를 겪음), 저체중으로 태어난 경우, 늦은 수면으로 인한 멜라토닌 감소, TV 및 인터넷 등의 성적 자극 노출 등이 있다. 내분비계 교련물질인 환경호르몬은 다양한 화학물질이다.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베스페놀A, 가축사료 등에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이다.
“성장촉진 신물질로 1년 이상 초경 지연”
치료 약물은 개인차는 있지만 인진쑥, 율무, 강황을 비롯한 10여종의 한약과 자체 개발한 성장촉진 신물질(KI-180ㆍ특허물질)을 병행한 조경성장탕을 주로 처방했다. 키도 작고 나이도 어린데 사춘기 징후가 나타나 진료 차 한의원을 찾은 아이들에게 초경 지연과 성장 치료를 동시에 병행했다. 기간은 전체 평균 1년10개월이었다.
여성 호르몬 E2(에스트라디올)는 16.53pg/㎖에서 34.78pg/㎖로, 난포자극호르몬(FSH)은 2.77mIU/㎖에서 4.59mIU/㎖로, 황체형성호르몬(LH)은 0.69mIU/㎖에서 3.85mIU/㎖로 다소 늘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발달과정에 비해 20%만 진행돼 1년 이상 초경을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키 성장을 담당하는 성장호르몬 IGF-1은 치료 전 274.6ng/㎖에서 417.3ng/㎖로 51.9%나 증가했다. 키는 12.5㎝가 자라 성호르몬 분비는 늦추면서 사춘기 평균보다 더 컸다.
481명의 여자 어린이 키는 평균 132.1㎝, 나이는 만 9년 3개월로 나타났고, 비만도는 96.4%, 부모의 키는 평균 171, 157.7㎝였다. 연령분포는 만 8세 이전 68명(14.1%), 만 8세 125명(26%), 만 9세(33.9%), 만 10세(26%)였다.
전형적인 성조숙증에 해당하는 아이들(68명)의 키는 평균 125.3㎝였고, 비만도는 102.2% 부모의 키는 171.7, 158.1㎝여서 부모의 가족력과는 무관했다. 병적인 원인은 한 명도 없었다. 따라서 비만이 주 원인으로 볼 수 있었다.
조기 사춘기에 해당하는 만 8~9세까지 아이들(288명)은 체중과 별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마른 편이었다. 특이한 질환은 없었고, 환경호르몬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만 8세는 키는 평균 130.5㎝, 비만도는 95.8%, 만 9세는 132.6㎝, 96.9%, 만 10세는 136.7㎝, 93,3%였다.
체중이나 부모의 키와 관계없이 마른 아이들도 점차 사춘기가 빨리 시작이 되고 있고, 나이도 점점 어려지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해야 한다. 박승만 대표원장은 “최근에 여자 어린이의 경우 성호르몬이 빨리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진행도 빨라 평균 1년이 지나면 초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원인을 찾아 맞춤치료를 잘만 한다면 천연 한약으로도 충분히 초경을 지연하면서, 성장호르몬은 촉진해 키를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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