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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가족이 걸어온 전화 기적일까 거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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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가족이 걸어온 전화 기적일까 거짓일까

입력
2014.07.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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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ㆍ윤정숙 옮김

21세기북스 발행ㆍ388쪽ㆍ1만4,000원

미치 앨봄(56)
미치 앨봄(56)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미치 앨봄(56ㆍ사진)의 신작 장편소설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는 일종의 ‘휴머니즘 미스터리’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답게 사랑과 위로, 사후와 영성이라는 에세이적 주제는 여전하지만, 400쪽 가까운 소설을 놓지 않고 읽게 되는 핵심 동력은 미스터리 장르 본연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다. 사랑하는 이가 천국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게 된 사람들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낼 요량인지 한 번 보자는 삐딱한 심보로 읽기 시작하지만, 결국은 작가의 만만찮은 스토리텔링 파워에 승복하게 된다.

미국 미시간주의 콜드워터라는 작은 타운에 여섯 사람의 주민들이 죽은 가족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믿을 수 없지만, 목소리, 말버릇, 그들만의 비밀 등 모든 것이 ‘내 그리운 이’가 맞음을 증거한다. 사건은 신앙의 기적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콜드워터는 세계적 성지가 되면서 거대한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소설의 주인공은 10개월간의 억울한 수감 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출소한 공군 조종사 설리번 하딩. 그는 자신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 지젤의 죽음을 감옥 안에서 전해 들어야 했던 비통한 절망으로부터 아직 한 걸음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콜드워터의 기적과는 무관한 고립된 삶을 살아가던 설리번은 일곱 살짜리 아들까지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며 장난감 전화기를 품에 안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거짓 희망을 투여하는 일련의 소동에 분개한다. 아들을 위해 설리번은 진실 추적에 나서고, 마침내 진실과 직면한다. 하지만 “끝은 끝일 뿐”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수정해야만 한다. 소설이 드러내는 극적 반전은 그런 의미에서 이중적이다.

작가는 사건의 진행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하고 상용화하기까지의 약사(略史)를 병렬시키며,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가장 강력한 물질적 토대인 목소리-즉 대화-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환기시킨다. 사기일 거라고 의심하면서도 다시 한 번 그 목소리를 듣게 되기를 갈망하는 간절한 그리움과 깊은 고통은 쉽고 간명한 문장과 박진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소설적 현실감의 근본 질료다. “천국은 항상, 그리고 영원히 우리 곁에 있고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은 누구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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