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위해 물러나겠다" 재활 포기
KIA 유동훈(37)이 기약 없는 재활을 포기하고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오른 무릎 부상으로 올 시즌 개점휴업 중이던 유동훈은 최근 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소견을 받고 심사숙고 끝에 유니폼을 벗기로 결심했다.
오매불망 유동훈의 복귀를 기다리던 KIA와 선동열 감독에게는 ‘비보(悲報)’다. 최근 부상병들의 공백에도 오히려 순위 싸움에 탄력을 받고 있는 KIA는 유동훈의 합류가 마운드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힌 유동훈은 끝내 아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2012년부터 무릎에 이상을 느꼈던 유동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 도중 통증이 심해져 조기 귀국했다. 내측부인대 손상으로 판명돼 3월부터 2군 훈련장인 함평에서 자신과 싸움에 돌입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동훈은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공만 던지면 통증이 밀려 왔다”면서 “솔직히 구위는 아직도 자신 있지만 나이를 감안했을 때 구단에 수술비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재기가 불투명한 수술을 받는 것보다 이쯤에서 미련 없이 옷을 벗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기대를 많이 하셨던 선동열 감독님께는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유동훈은 이종범(한화 코치)의 은퇴 후 최영필의 입단 전까지 팀 내 최고참이자 투수조의 맏형으로 KIA 불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1999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해태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04년 유남호 전 감독의 중용으로 68경기에 나가 120.2이닝을 소화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뒤 2008년 복귀, 2009년에는 마무리로 활약하며 57경기에서 22세이브, 10홀드에 평균자책점 0.53의 눈부신 성적으로 팀의 통산 열 번째 우승에 앞장섰고, 이듬해에도 14세이브를 올려 불펜 투수로 최고 자리까지 올라섰다. 지난해에도 후반기부터 롱릴리프로 뛰는 등 49경기에 출전해 1승5홀드,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프로 16년 통산 성적은 465경기에 등판해 724이닝을 소화하면서 36승(29패) 59세이브 39홀드에 평균자책점 3.92.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타이거스 유니폼만 입고 묵묵히 걸어가며 남긴 성실함과 꾸준함의 결과물이다.
유동훈은 “김응용, 김성한, 유남호, 선동열 등 좋은 감독님들을 만나 운이 좋았다”면서 “3년 공백에도 기회를 주신 조범현 감독님 덕에 좋은 성적을 내고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유동훈은 구단과 상의해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