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1호 외국인 임원 타드 샘플씨 강남 한복판에 개점
"한국 사람들 이미지 홍보만 주력 상대 배려하는 문화 정착됐으면"
“대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규모 의류매장의 홍보ㆍ마케팅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국내 공기업 임원을 지낸 외국인이 ‘강남 한복판’에 양복점을 개점했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에 맞춤 양복점 ‘웰 드레스드(Well-dressed)’를 연 타드 샘플(42)씨. 홍보ㆍ마케팅 전문가인 샘플씨는 한국전력공사에서 ‘1호 외국인 임원’으로 5년간 근무했고, 코트라(KOTRA)에서 3년간 외국인 직접투자 홍보 전문위원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를 팔로잉하는 SNS유저만 3,000명이 넘는다. 그런 그가 안정된 직장을 훌훌 던지고 자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샘플씨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내 홍보’만 강조하는 국내 기업들의 홍보 문화가 답답했다”고 했다. “관광의 경우, ‘한국이 이렇게 좋습니다. 얼른 오세요’라고 이미지 홍보에만 주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홍보는 외국인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요. 왜, 무엇 때문에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와 논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양복점에서는 물건과 돈을 거래하는 장소가 아닌, 품격을 사고 파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구매자의 체형이나 직업 등을 충분히 배려해 특정 고객 만의 맞춤 상품을 권한다. 이런 노력들이 고객들이 왜 이곳을 다시 찾아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90% 이상 한국인”이라는 샘플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부터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영어강사로 1년 정도 있을 생각에 한국을 찾았다가 20년째 살고 있다. 99년에는 한국 여성인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한국 사람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좋은 아이템을 홍보하는 능력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터를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업할 때 겪는 고충을 털어 놓은 기고문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WSJ 외에 국내 신문에도 고정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다.
샘플씨는 “한번 방문해서 많은 것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보단 조금씩 구입하더라도 평생 찾도록 하자는 게 홍보 철학”이라며 “내 작은 도전을 통해 품격있는 홍보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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