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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기득권 편일까

입력
2014.07.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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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대표적인 게 광화문 시복식이다. 염수정 추기경 주도로 추진된 초대형 행사다. 그러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추천한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저지 현장 등은 방문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염 추기경이 5월 3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김병권 세월호 사고 유가족대책위원장 등 가족 대표단을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대표적인 게 광화문 시복식이다. 염수정 추기경 주도로 추진된 초대형 행사다. 그러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추천한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저지 현장 등은 방문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염 추기경이 5월 3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김병권 세월호 사고 유가족대책위원장 등 가족 대표단을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이 온다. 한국 천주교의 경사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 일색은 아니다. 보혁 간 알력 탓이다. 이념 갈등이 배경 같지만 기득권과 한 몸인 주류의 전횡과 세 과시 욕망이 본질이다.

“다음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조선 말 순교자 123위를 포함한 124위 시복식을 집전한다. 광화문은 무더위에 무방비인 아스팔트 위인데다 경호도 어렵다는 우려에도 염수정 추기경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순교 터들이 광화문과 가깝다는 게 이유다. (…) 염 추기경은 조선의 상징인 광화문이야말로 150여년 전 조선의 국가적 박해에 희생된 순교자들을 기리고, 지금의 가톨릭이 당시 노론 못지않은 기득권을 갖게 됐음을 선포할 적임지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 120년 전 동학 30여만명이 죽어갈 때, 안중근이 사형당할 때, 3·1운동으로 5만여명이 검거되고 7500여명이 살해당할 때, 일제강점기 학살과 고문, 인체실험, 위안부 동원, 징병, 수탈로 동포들이 신음할 때, 다른 종교인들이 동포와 함께하며 숱한 고난을 겪을 때 가톨릭은 어디에 있었는가. (…) 자발적으로 서학을 받아들인 자생종교라는 자부심대로 고난 받는 민중 속으로 들어갔어야 할 가톨릭은 어디를 바라보았던가. 일제와 기득권자가 아니라 피울음 울던 동포를 껴안은 가톨릭이 이 땅에 있었던가. 한국 가톨릭은 광화문에서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것 이상으로 먼저 안중근과 민족 동포에게 참회해야 마땅하다. 그나마 1970년 이후 지학순 주교와 그 뒤를 이은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 민주화를 지지한 김수환 추기경, 약자들과 함께 산 두봉ㆍ정일우 등 선교사들, 밀양과 강정과 용산과 광화문 등에서 약자들을 껴안고, 함께 매 맞고 운 사제·수도자들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그러나 정(진석)ㆍ염 두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을 민초의 현장 속에 투신시키는 사제·수도자들을 멀리하고 박해했다.”

-한국가톨릭, 광화문에 설 자격 있나(한겨레 ‘조현의 휴심정’ㆍ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는 지난달 한 기고문에서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 그는 ‘교황이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저지 현장을 방문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평신도 단체인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등도 “박근혜 정권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을 통해 탄생했다”며 “교황 방한이 정권의 정당성을 공인해 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한국 천주교가 걸어온 역사를 보면 이런 입장의 중심에 있는 정의구현사제단은 참으로 특이하고 이질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은 자생적으로 천주교의 싹을 틔우고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 오늘날 신자 500만 명의 교세로 성장한 한국 천주교는 교황청에는 ‘기적의 역사’다. (…) 1784년 이승훈에 대한 최초의 세례로 시작된 한국 천주교의 230년 전통은 인간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하며 박해에 맞서 싸워 온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 그러나 정의구현사제단은 ‘박근혜 퇴진’은 외쳐도 인권과 종교 말살을 빚은 북한 정권을 비판하지 않았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2월 염수정 추기경을 만나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의구현사제단이 북한 주민을 위해 기도하는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

-한국 천주교의 최대 아이러니(동아일보 기명 칼럼ㆍ홍찬식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보수 측 행보는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친미를 견지하며 친중도 환영한다. 밝은 면만 골라 본 편의적 사고의 결과다. 반면 일부 진보는 때로 명분 과잉이다. 민족주의도 맹신이다.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것이다. (…) 보수단체 가운데서도 이제는 지명도가 상당히 높아진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다른 보수단체들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적극 환영한 것은 그래서 의아하다. (…) 홈페이지 첫 화면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걸어 유난한 미국 사랑을 과시하는 이들이 시 주석의 방한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긴 것이다. (…) 집회 때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사랑을 표출한 보수세력이 시 주석의 방한을 환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시 주석을 그토록 과격하게 맞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는 시 주석의 방한을, 핵실험을 고집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고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 세력들이, 자신들이 뽑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일이니 무조건 지지하자는 심리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들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읽어 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난 것은 동북아 질서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려 하고, 미국은 그런 일본을 지지하며, 한국은 반대로 일본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 우리가 친미, 반미, 친중, 반중 어느 한쪽만을 좇는 것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껏 미국으로 편중된 우리의 태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평평한 운동장에 서야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다.”

-시진핑의 방한과 친미주의(한국일보 ‘메아리’ㆍ박광희 부국장 겸 문화부장) ☞ 전문 보기

“시진핑의 중국이 역사를 다리 삼아 한국을 끌어당기는 동안, 미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몰역사성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경제·군사적으로 힘이 부치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인 일본에 힘을 실어주면 된다고 판단한다.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미국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일본’을 만들도록 부추긴다. 그 과정에서 일본 우익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훼손하고 역사·영토 문제에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은 눈감겠다는 태도다. 고노담화 검증과 집단적 자위권 정도는 한국이 참고 일본과 협력하라는 요구다. 2차 세계대전 뒤 일본의 침략 책임을 철저히 단죄하지 않고 전범들을 활용했던 미국은 이번에도 ‘전략적 이익’만 따지면서 동아시아인들 마음속의 상처와 분노, 민족주의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는다. 일본의 침략 역사를 떠올리며 군국주의화를 우려하는 이들의 정서를 미국이 고려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군사력을 앞세우고 미사일방어(MD) 등으로 중국을 막으려는 시도는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역사가 돌아왔다(한겨레 ‘편집국에서’ㆍ박민희 국제부장) ☞ 전문 보기

남을 비판하려면 반성과 솔선이 먼저다. 내게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고 나부터 바꿔야 한다. 전교조 입지가 좁아진 건 내부 비주류의 자성 촉구 목소리에 주류가 귀 기울이지 않아서다.

“전교조 로고에 적힌 ‘참교육’을 국가제도 수준이 아닌 학교현장에서 구현해보려는 경향이 전교조 내에 존재해왔다. 나는 이를 ‘전교조 비주류’라고 부른다. (…) 그런데 전교조 비주류 활동가들을 만나보면 주류에 대한 섭섭함과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할 때만 도와달라고 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숙원사업 실현이나 제도개선 요구를 등한히 했다는 것이다. 그럼 그동안 주류는 뭘 했을까? 비주류가 ‘우리부터 바꾸자’고 하는 동안, 주류는 ‘쟤들이 잘못했어요’로 일관했다. 전국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교원평가, 교원성과급, 일제고사 등에 대한 반대 투쟁을 벌여온 것이다. (…) 전교조가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것은 바로 20여년 전 ‘촌지 안 받기’로 대표되는 윤리적 실천을 통해서가 아니었나. 그런데 지금 ‘쟤들이 잘못했어요’로는 아무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을, 신자유주의가 역설적이게도 윤리적 실천의 복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전교조 지도부가 이해하고 있을까?”

-이런 전교조, 저런 전교조(한겨레 ‘세상 읽기’ㆍ이범 교육평론가) ☞ 전문 보기

“전교조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한 전교조 교사의 과잉 체벌로 학생의 장기(臟器)가 손상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 체벌의 원인을 두고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인권, 학생 자치, 학생과 교사가 동등한 인격체라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퍼지지 못한 결과’라고 남의 탓인 양 해명하는 것을 보면서 앞서 말한 두 선생님과는 참으로 다른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전교조는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 퇴진도 요구했다. (…) 그러나 자기들이 도입하자고 한 조례조차 지키지 않고, 그 이유를 세상 탓으로 돌리는 이들의 말에 누가 귀를 기울일까 싶다. 그렇다면 세상을 정말로 바꾸는 교사는 누구인가. 자신의 점심시간을 쪼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려움을 겪는 제자에게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구체적 행동으로 교직의 본분을 다하는 이들이다.”

-세상을 바꾸는 교사(7월 9일자 조선일보 ‘김태훈의 트렌드 돋보기’ㆍ뉴미디어실 차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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