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표면적인 사퇴 이유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이지만, 재신임 이후 불거진 월드컵 준비 기간 땅 구매설과 브라질 현지 회식 동영상 유출로 인한 여론 악화가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지난해 6월 24일 부임한 뒤 382일 만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흔히 '파리목숨'에 비유될 정도로 대회 성적에 대한 책임론과 여론의 압박 속에 사임하는 일이 잦았다. 2000년대 들어 그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 대회가 많아지고, 여론의 창구가 많아지며 대표팀 감독들은 경기별, 대회별 성적에 따라 더 쉽게 흔들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뒤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던 8명의 지도자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감독은 딕 아드보카트, 허정무, 최강희 감독까지 3명에 불과하다. 움베르트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핌 베어벡은 공통적으로 1년 반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1차 예선을 책임졌던 조광래 감독은 5개월여 동안 12승 6무 3패라는 성적을 거두고도 '성적 부진'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해임됐다. ▶대표팀 감독 불명예 퇴진史
이번 대회 4강전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독일에 대한 부러운 시선이 적지 않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의 축구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독일 축구에 매기는 높은 점수는 단순히 최근 몇 차례 대회의 성적만으로 매겨진 것이 아니다. 독일은 브라질보다 월드컵 본선 출전 횟수가 두 차례 적지만, 브라질에 앞서 100번째 경기를 치렀다. 통산 득점(223골)도 브라질(221골)에 두 골을 앞섰다. 7차례 결승에 올랐고, 준결승엔 13회 진출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거뒀기에 많은 경기를 뛰고, 많은 골을 넣었다.
독일대표팀에는 1920년대부터 1984년까지 반 세기가 넘도록 딱 4명의 감독만이 존재했다. 오토 네어츠(1928~1936), 제프 헤어베어거(1936~1964), 헬무트 쇤(1964~1978), 유프 데어발(1978~1984) 감독이 그들이다. 현재의 요아힘 뢰프 감독도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만 8년을 맡았다.
독일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기 위해서는 독일 거주 기간, 대표팀 어시스턴트 코치 경험, 외국어 능력 등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어있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조건들에는 국가대표 감독직에 대한 사명감, 지도 노하우, 해외 정보 수집 능력 등을 함축적으로 포함한 것이었다.
이처럼 독일 축구의 꾸준한 성과는 흔들림 없는 원칙, 그리고 한 번 신중히 선택한 감독을 향한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웃나라 잉글랜드의 노골적인 상업화에 휩쓸리지 않고도 꾸준히 사랑 받았던 분데스리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독일축구를 부러워하기 전에, 한국 축구가 수 없이 반복해 온 실수와 조급함에 대해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감독 선임이 성급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뽑은 감독이 낼 성과에 대해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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