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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독일을 부러워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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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독일을 부러워하기 전에

입력
2014.07.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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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회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회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표면적인 사퇴 이유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이지만, 재신임 이후 불거진 월드컵 준비 기간 땅 구매설과 브라질 현지 회식 동영상 유출로 인한 여론 악화가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지난해 6월 24일 부임한 뒤 382일 만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흔히 '파리목숨'에 비유될 정도로 대회 성적에 대한 책임론과 여론의 압박 속에 사임하는 일이 잦았다. 2000년대 들어 그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 대회가 많아지고, 여론의 창구가 많아지며 대표팀 감독들은 경기별, 대회별 성적에 따라 더 쉽게 흔들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뒤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던 8명의 지도자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감독은 딕 아드보카트, 허정무, 최강희 감독까지 3명에 불과하다. 움베르트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핌 베어벡은 공통적으로 1년 반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1차 예선을 책임졌던 조광래 감독은 5개월여 동안 12승 6무 3패라는 성적을 거두고도 '성적 부진'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해임됐다. ▶대표팀 감독 불명예 퇴진史

정몽규(왼쪽에서 세번째)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허정무(두번째) 부회장 등 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회관에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사퇴 기자회견 후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정몽규(왼쪽에서 세번째)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허정무(두번째) 부회장 등 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회관에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사퇴 기자회견 후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이번 대회 4강전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독일에 대한 부러운 시선이 적지 않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의 축구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독일 축구에 매기는 높은 점수는 단순히 최근 몇 차례 대회의 성적만으로 매겨진 것이 아니다. 독일은 브라질보다 월드컵 본선 출전 횟수가 두 차례 적지만, 브라질에 앞서 100번째 경기를 치렀다. 통산 득점(223골)도 브라질(221골)에 두 골을 앞섰다. 7차례 결승에 올랐고, 준결승엔 13회 진출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거뒀기에 많은 경기를 뛰고, 많은 골을 넣었다.

독일대표팀에는 1920년대부터 1984년까지 반 세기가 넘도록 딱 4명의 감독만이 존재했다. 오토 네어츠(1928~1936), 제프 헤어베어거(1936~1964), 헬무트 쇤(1964~1978), 유프 데어발(1978~1984) 감독이 그들이다. 현재의 요아힘 뢰프 감독도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만 8년을 맡았다.

독일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기 위해서는 독일 거주 기간, 대표팀 어시스턴트 코치 경험, 외국어 능력 등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어있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조건들에는 국가대표 감독직에 대한 사명감, 지도 노하우, 해외 정보 수집 능력 등을 함축적으로 포함한 것이었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 브라질전에서 팀의 3번째에 이어 4번째 골을 연달아 성공시킨 독일의 토니 크로스가 동료 케디라(등번호 6)의 가슴에 안겨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 브라질전에서 팀의 3번째에 이어 4번째 골을 연달아 성공시킨 독일의 토니 크로스가 동료 케디라(등번호 6)의 가슴에 안겨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독일 축구의 꾸준한 성과는 흔들림 없는 원칙, 그리고 한 번 신중히 선택한 감독을 향한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웃나라 잉글랜드의 노골적인 상업화에 휩쓸리지 않고도 꾸준히 사랑 받았던 분데스리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독일축구를 부러워하기 전에, 한국 축구가 수 없이 반복해 온 실수와 조급함에 대해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감독 선임이 성급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뽑은 감독이 낼 성과에 대해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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