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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준결승전, 베를린 수돗물 사용량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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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준결승전, 베를린 수돗물 사용량 봤더니…

입력
2014.07.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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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승리'에 상관없이…독일인의 기질 보여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 브라질vs독일]경기에서 브라질이 월드컵 준결승 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한 가운데, 경기를 지켜보던 독일 축구팬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 브라질vs독일]경기에서 브라질이 월드컵 준결승 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한 가운데, 경기를 지켜보던 독일 축구팬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월드컵 준결승 브라질-독일 경기가 끝난 직후 베를린 수도국이 재미난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8일 경기 당일 수돗물 소비량이다.

미국 경제 소식을 주로 전하는 일본 블로거 야스다 사와코에 따르면(▶블로그 원문보기) 베를린 시간으로 경기 시작 전인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수도사용량은 2만2,500~2만5,000㎥ 범위로 거의 일정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오후 10시부터 사용량이 뚝 떨어져버렸다. 그러던 것이 꼭 45분 뒤부터 오후 11시까지 15분간 3만㎥로 뛰어올랐다. 베를린 사람들 다수가 경기 중계에 몰입해 수도 이용을 멈추었다가 하프타임에 일제히 화장실로 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재미난 것은 후반전의 수돗물 사용량이다. 이 경기에서 7대 1로 브라질을 대파한 독일은 이미 전반전에 다섯 골을 넣어 사실상 승리를 굳힌 상태였다. 하지만 베를린 사람들은 후반전에 더 몰입했다. 수도 사용량은 전반전보다 더 떨어졌고 심지어 경기 종료 직후에는 최저 수준인 1만㎥로 내려갔다. 화장실로 가기 전 승리를 만끽하며 남아 있던 맥주로 건배를 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월드컵 준결승전 당시 베를린 수도 사용량 변화. 야스다 사와코(安田 佐和子) 블로그 캡처.
월드컵 준결승전 당시 베를린 수도 사용량 변화. 야스다 사와코(安田 佐和子) 블로그 캡처.

야스다는 영국 언어학자 리처드 루이스의 베스트셀러 ‘문화가 충돌할 때’(When Culture Collides) 내용을 소개하며 이런 행태를 볼 때 역시 독일인들은 계획적으로 행동하고 진지하며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무장해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이 책에서 각국의 문화를 세 가지 패턴으로 나눴다. 직선행동형(Linear-avtives), 다면적행동형(Multi-actives), 반응형(Reactives)이다.

직선행동형은 대화를 할 때 반쯤 말하고 반쯤은 듣는 유형이다. 한 번에 한가지 일을 하고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일을 해나간다. 예의 바르지만 직설적이다. 감정을 다소 숨기면서 논리를 따진다. 체면을 중시하고 남에게 간섭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일 중심적이며 사실관계를 따지고 정치적인 해법보다 진실이 무엇인지 앞세운다. 루이스가 이 타입의 대표적인 나라로 든 것이 독일과 스위스, 룩셈부르크다.

반면 다면적행동형은 타인을 마주해 계속 이야기하려는 타입이다.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계획은 개요만 세운다. 감정적이고 감정 표출도 잘 한다. 논리보다 감정으로 대립하며 변명대기를 잘 한다. 남에게 간섭하기 좋아하고 일 보다 사람을 우선한다. 사실 보다 느낌을 앞세우고 진실을 최우선으로 고집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을 대표하는 나라가 독일에게 지고 분을 감추지 못하는 브라질을 비롯해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같은 중남미 국가들이다.

반응형은 다른 사람 이야기를 주로 듣는 유형이다. 나서서 먼저 행동하기 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반응하는 쪽이며 일반적인 원칙을 중시한다. 예의를 차리고 직설적인 것을 피한다. 감정은 되도록 감추고 다른 사람과 대립하는 것도 피한다. 체면을 매우 중시하고 남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진실보다는 외교를 중요시한다. 이를 대표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며 이런 계열의 나라로 중국, 일본, 한국, 대만을 들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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