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까지 맞춰 입고 도로 점령
1시간 폭주 끝나면 다시 춤판 벌여
단체별로 세력 키우려 경쟁까지
도심 광장이나 공원 등에 모여 집단으로 춤을 추는 광장무(廣場舞)에 빠진 중국 아주머니들이 최근에는 수만명씩 모여 빠른 걸음으로 줄을 맞춰 행진하는 ‘폭주족’(暴走族)으로 변신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일 저녁 7시30분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의 윈룽(雲龍)호 부근에선 수만명의 사람들이 각 단체별로 똑 같은 옷을 입은 채 줄을 맞춰 ‘폭주’하며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현대쾌보(現代快報)가 10일 전했다. 이들은 음악당 광장에서 대오를 맞춰 출발해 1시간 동안 7㎞를 단체로 달린다.
‘폭주’가 시작된 것은 2010년이지만 참가 인원 수가 급증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는 주로 저녁 시간 광장이나 공원에서 모여 단체로 광장무를 추던 중년 여성들이 대거 가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시간의 폭주가 끝난 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다시 음악에 맞춰 광장무를 춘다. 100~1,000명 규모의 개별 단위 광장무는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회원 수 300여명의 ‘양광(陽光)폭주단’을 비롯해 깃발과 구호, 단체 T셔츠도 갖고 있는 이런 단체는 서로 세를 키우려고 경쟁까지 한다.
문제는 이들이 도로를 점거하는 등 주변 교통 흐름 등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민은 “폭주족이 나타나면 차를 몰고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초소도 새로 만드는 등 감시를 강화했지만 1만명도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뛰어갈 경우엔 속수무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교통 흐름을 방해할 경우 50위안(8,200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도시화가 진행되며 매일 저녁 광장이나 공원, 공터, 쇼핑센터 앞 등에 모여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집단으로 춤추는 광장무가 확산되고 있다. 춤을 추는 사람들은 주로 중년 여성이나 연금 생활자, 노년층들이다.
그러나 춤을 추며 틀어놓는 시끄러운 음악으로 인해 반발하는 사람들과 춤을 추는 사람 간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광장무를 추는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큰 개를 풀어놓거나 물벼락을 쏟아 붓는 일도 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는 광장무의 시간과 지역, 음악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광장무는 1960년대 문화대혁명기 홍위병의 흔적이란 해석도 있다. 당시 홍위병 가담 세대가 현재 광장무의 주력이다. 중국의 일본 군국주의 비판 분위기를 타고 일부 광장무에서는 총을 들고 옛 일본군을 무찌르는 장면들까지도 재현하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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