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상한선은 들쑥날쑥
기존 가입자 할인폭 아리송
정부가 천차만별인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위해 마련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소비자들과 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전망이다. 보조금 상한선은 들쑥날쑥이고, 보조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은 불명확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단통법 고시 제ㆍ개정안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방통위는 2010년 27만원으로 정한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을 25만~35만원 범위 내에서 6개월마다 조정하기로 했다.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이 6개월마다 널 뛰듯 오르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똑같은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6개월 간격으로 최대 10만원 이상 차이 나는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휴대폰 보조금을 받도록 정해서 이용자 차별을 없애자는 것인데, 6개월 마다 보조금이 달라지면 오히려 법이 이용자 차별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단통법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사가 공시한 보조금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15% 보조금을 더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대리점과 판매점에 따라 보조금 지급액이 달라져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보조금이란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용자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요금 할인을 선택할 경우 얼마나 할인을 해줄지도 논란이다. 단통법은 재약정 등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폰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휴대폰을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따로 구입한 이용자들에게도 보조금만큼 요금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 2년마다 휴대폰을 바꾸는 과소비를 막아 휴대폰 가격을 떨구면서 이용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불필요하게 양산되는 중고폰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가 도입한 조치다.
문제는 요금 할인폭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은 이통사에서 주는 지원금과 휴대폰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합쳐서 정해진다. 그렇다 보니 이통사들은 휴대폰을 구입하지 않고 요금 할인만 받을 경우 제조사 장려금을 대신 줄 수 없으니 이를 제외하고 약정 할인만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분리요금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약정 할인은 지금도 이통사들이 해주고 있다. 따라서 요금 할인 대상자들은 단통법 취지와 달리 휴대폰 보조금에 상응하는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용자 차별행위가 시정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분리요금제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금 할인 대상자와 할인폭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주 안에 고시 안을 만들 예정이지만 워낙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차이가 커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내용이라면 10월 단통법이 시행돼도 불법 보조금 지급 관행은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금 단통법은 소비자들이 받는 보조금이나 요금 할인 혜택폭이 명확하지 않다”며 “법 도입으로 오히려 시장 혼란만 부추기게 돼 공짜폰 등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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