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으로 최근 급속히 다가서고 있는 북일 관계에 우리 정부는 불편한 심정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대북 공조에서 일본이 이탈하는 것은 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한층 돈독해진 한중 협력체계를 통한 대북 압박 전략도 일본에 의해 가로막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북일 관계 개선에 불편한 정부
북한과 일본이 지난 5월 29일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에 합의한 ‘스톡홀름 합의’는 한국과 미국에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북일 합의 발표날까지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도 관련 합의안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면서 “일본이 한미일 대북공조에서 벗어나 독자적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는 유엔 안보리 차원과 일방적 제재가 있는데 한미일 공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핵ㆍ경제개발 병진노선의 포기를 북한에 요구하며 사실상 남북 간 대화를 중단한 상태다. 북한이 선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남북 대화의 진정성은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해제는 한미일 공조체제의 와해를 의미하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미국과의 2012년 2ㆍ29합의(미국이 24만톤의 식량을 지원하는 대신 북한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중단, 핵ㆍ미사일 실험유예, 국제원자력기구(IAEA)감시단 입북 허용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한다는 내용)를 파기한 이후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일본조차 대북공조를 포기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우리 정부는 일단 외교 경로 등을 통해 일본의 식량지원 등 직접적 대북 지원만은 최대한 막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이 해제하기로 한 인적왕래 규제, 송금 규제, 선박입항금지 등은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북한에 곧바로 자금이 수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이 대북 원조에 나설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리는 만큼 우리 정부는 미국과 공조해 일본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미일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정보협정을 반대하는 방안이 그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 정부는 북일 관계가 납치자 문제 해결에서 결국 진전을 보지 못하며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범위에서 북한과 일본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고, 조사 기간도 북한은 조속한 완료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1년 정도의 기간을 요구하고 있어 결국 이견에 부딪혀 북일 관계가 유야무야 될 거라는 계산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일 관계 개선은 박근혜 정부에 분명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북일 대화와 한중 협력이 발전하면 북미 대화와 미중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잘 이용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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