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성실한 답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사과 등을 종합할 때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적격’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표절왕ㆍ고추밭ㆍ음주운전 장관’ 등의 비판이 쏟아진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도덕성 면에서 문제가 적어 야당으로부터도 후한 점수를 받아왔다. 덕분에 8일 열린 인사청문회는 드물게 정책검증 위주로 진행됐다. 특히 이 후보자는 노사정(勞使政) 관계의 파탄 속에 표류하고 있는 각종 현안을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우리 노사관계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면서 “단절된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법외노조 판결 이후 더욱 악화한 전국교직원노조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교조와 대화하면서 위법사항을 해소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언급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간 정부가 노동계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해 온 점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태도라 할 만하다.
현재 노동계에는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및 2016년 시행예정인 60세 정년제와 맞물린 임금체계 개편,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 등은 노사의 협력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지적처럼 노사관계는 ‘대립과 투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 이후 한국노총마저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노정(勞政)관계도 최악의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산적한 노사관계 이슈를 대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부의 강경 기조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서로 갈등하면서도 타협하는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노정관계의 복원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노동계에 먼저 손을 내밀고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청문회 통과용 발언이 아니라면, 이 후보자는 장관 임명장을 받는 대로 양대 노총과 전교조 관계자들부터 만나야 한다.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모습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맡겨진 시대적 소명”이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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