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어두워서" "방송 울렁증" 간단한 질문에도 동문서답만
"백주대낮에 발가벗겨져서…" 청문회·언론에 화살 돌리기도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질의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보여 기본적으로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사인지 자질을 의심케 했다. 더욱이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상식과 동 떨어진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 비판을 쏟아냈다. 청문회장 주변에서는 “억지춘향의 인물이 나와 국민들을 우롱했다”는 비난도 비등했다.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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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귀 못 알아듣는 후보자, 국정 수행 능력 의심
김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질의를 알아듣지 못하고 “네? 한번만 더 말씀해주시겠냐”를 연발하거나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묻는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의 말을 여러 차례 되물어 보다, 교육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서야 겨우 답변하는가 하면, “교수로 얼마나 재직을 했느냐”“퇴직을 언제 했느냐”등등 간단한 내용도 잘 알아듣지 못해 똑 같은 질문을 두 세번씩 반복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쏟아지면 김 후보자는 우물쭈물하거나, 고개를 돌리며 얼렁뚱땅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후보자, 절 좀 보시죠”라고 호통을 치고, 급기야 새정치연합 소속 설훈 위원장은 “난청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너무 긴장을 했다”“방송 울렁증이 있다”는 해명과 함께 “말 귀가 어두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사회 전반 갈등을 조정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사회부총리 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문 표절 아냐”“주식투자 문제 없다” 되려 큰 소리
김 후보자는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상식과 동 떨어진 변명으로 발뺌을 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도리어 큰 소리를 쳤다. 그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표절은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등을 인용 없이 쓰는 경우가 표절”이라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적었기에 표절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국가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를 지적하자 그는 “시장경제에서 누구나 주식 사고 팔 수 있는 거 아니냐. 수업 시간 아닌 쉬는 시간에 해서 문제 없다”고 주장했고, 내부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연구과제를 단독으로 게재한 것은 “컴퓨터 입력이 서툴러서 나온 실수”라거나 학술지에 제자 논문을 제1저자로 올린 데 대해서는 “(제자와)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함께 했다. 당시 관행이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제자에게 칼럼 대필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학원생들에게 글 쓰는 연습(을 시켜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내놨다.
“국민 신뢰 받고 있다”황당 주장에 언론ㆍ청문회 탓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자진사퇴 요구에느 언론과 청문회를 탓하며 자신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장관직을 수락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살아온 과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파렴치하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며 “제 인격 등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 제가 물러설 곳이 어디 있겠느냐”며 자진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사례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에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며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 후보자는 또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의원들이 너무 몰아치니까”“의원들이 너무 윽박질러서”라는 단서를 달아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사실 낭만적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백주대낮에 발가벗겨져서 내동댕이 쳐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청문회 탓을 했다. 그는 “처음에 기자들에게 몇 마디 했더니 전체적인 맥락을 실어야 하는데 몇 마디 말만 따서 내용이 왜곡돼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언론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5ㆍ16은 불가피한 선택”, 마지못해 “5ㆍ16은 정변”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빈곤한 교육철학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5ㆍ16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 않겠느냐”면서 “저는 분명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자면 정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교육철학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사회부총리로서 각종 적폐를 해소하고 뿌리 뽑을 수 있겠냐는 질문엔 “제가 뿌리를 뽑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다”고 답변해 뒤에 앉아 있던 교육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상식을 벗어나는 답변과 뻔뻔한 태도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혀를 내둘렀다. 이상일 의원은 청문회 내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김 후보자를 향해 “질문의 초점을 이해하지 못하나. 이렇게 요령부득인 분이 우리나라 교육부총리가 된다는 게 심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특히 각종 의혹을 관행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대목에선 질타가 쏟아졌다. 박창식 의원은 “표절에 대해 애매한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할 장관이 관행으로 말하면 과연 무엇을 개혁할 수 있겠냐”며 탄식을 내뱉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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