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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뺌… 억지… "국민은 나를 신뢰, 사퇴 생각 없다"

입력
2014.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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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 어두워서" "방송 울렁증" 간단한 질문에도 동문서답만

"백주대낮에 발가벗겨져서…" 청문회·언론에 화살 돌리기도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당황해하면서도 동문서답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사진은 청문회 도중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상기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는 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당황해하면서도 동문서답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사진은 청문회 도중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상기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는 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질의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보여 기본적으로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사인지 자질을 의심케 했다. 더욱이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상식과 동 떨어진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 비판을 쏟아냈다. 청문회장 주변에서는 “억지춘향의 인물이 나와 국민들을 우롱했다”는 비난도 비등했다.

뉴스A/S

김명수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황 보기

말 귀 못 알아듣는 후보자, 국정 수행 능력 의심

김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질의를 알아듣지 못하고 “네? 한번만 더 말씀해주시겠냐”를 연발하거나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묻는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의 말을 여러 차례 되물어 보다, 교육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서야 겨우 답변하는가 하면, “교수로 얼마나 재직을 했느냐”“퇴직을 언제 했느냐”등등 간단한 내용도 잘 알아듣지 못해 똑 같은 질문을 두 세번씩 반복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쏟아지면 김 후보자는 우물쭈물하거나, 고개를 돌리며 얼렁뚱땅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후보자, 절 좀 보시죠”라고 호통을 치고, 급기야 새정치연합 소속 설훈 위원장은 “난청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너무 긴장을 했다”“방송 울렁증이 있다”는 해명과 함께 “말 귀가 어두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사회 전반 갈등을 조정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사회부총리 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문 표절 아냐”“주식투자 문제 없다” 되려 큰 소리

김 후보자는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상식과 동 떨어진 변명으로 발뺌을 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도리어 큰 소리를 쳤다. 그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표절은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등을 인용 없이 쓰는 경우가 표절”이라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적었기에 표절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국가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를 지적하자 그는 “시장경제에서 누구나 주식 사고 팔 수 있는 거 아니냐. 수업 시간 아닌 쉬는 시간에 해서 문제 없다”고 주장했고, 내부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연구과제를 단독으로 게재한 것은 “컴퓨터 입력이 서툴러서 나온 실수”라거나 학술지에 제자 논문을 제1저자로 올린 데 대해서는 “(제자와)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함께 했다. 당시 관행이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제자에게 칼럼 대필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학원생들에게 글 쓰는 연습(을 시켜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내놨다.

“국민 신뢰 받고 있다”황당 주장에 언론ㆍ청문회 탓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자진사퇴 요구에느 언론과 청문회를 탓하며 자신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장관직을 수락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살아온 과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파렴치하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며 “제 인격 등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 제가 물러설 곳이 어디 있겠느냐”며 자진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사례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에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며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 후보자는 또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의원들이 너무 몰아치니까”“의원들이 너무 윽박질러서”라는 단서를 달아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사실 낭만적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백주대낮에 발가벗겨져서 내동댕이 쳐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청문회 탓을 했다. 그는 “처음에 기자들에게 몇 마디 했더니 전체적인 맥락을 실어야 하는데 몇 마디 말만 따서 내용이 왜곡돼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언론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5ㆍ16은 불가피한 선택”, 마지못해 “5ㆍ16은 정변”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빈곤한 교육철학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5ㆍ16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 않겠느냐”면서 “저는 분명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자면 정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교육철학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사회부총리로서 각종 적폐를 해소하고 뿌리 뽑을 수 있겠냐는 질문엔 “제가 뿌리를 뽑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다”고 답변해 뒤에 앉아 있던 교육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상식을 벗어나는 답변과 뻔뻔한 태도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혀를 내둘렀다. 이상일 의원은 청문회 내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김 후보자를 향해 “질문의 초점을 이해하지 못하나. 이렇게 요령부득인 분이 우리나라 교육부총리가 된다는 게 심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특히 각종 의혹을 관행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대목에선 질타가 쏟아졌다. 박창식 의원은 “표절에 대해 애매한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할 장관이 관행으로 말하면 과연 무엇을 개혁할 수 있겠냐”며 탄식을 내뱉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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