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동생이 최대주주인 계열사
100억대 횡령·배임 의혹 제기
그룹 "몸담았던 회사에 소송 불순"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45)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 2곳의 100억원대 횡령ㆍ배임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는 각각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46) 사장과 삼남 조현상(43) 부사장이어서 사실상 형과 동생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조 회장과 조 사장 등이 8,000억원대 탈세ㆍ배임ㆍ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효성그룹 ‘형제의 난(亂)’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9일 검찰과 효성그룹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그룹의 부동산 관리를 담당하는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이하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최모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현준 사장은 트리니티의, 조현상 부사장은 ㈜신동진의 지분을 각각 80%씩 보유하고 있다.
고발장에서 조 전 부사장은 “트리니티가 조현준 사장이 대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자금을 대여하고 신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100억원대의 손실을 끼쳤고, ㈜신동진 또한 부실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 같은 배임ㆍ횡령은 결국 최대주주인 형과 동생의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명목상 피고발인일 뿐, 실질적으로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을 수사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조사부(부장 장기석)에 배당했으며, 자료 검토를 마치는 대로 고발인 조사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효성그룹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해당 계열사 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했던 조 전 부사장이 퇴직 후에 몸담았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며 “적법한 경영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투자활동이라는 점이 앞으로 검찰 조사과정에서 소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변호사인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3월~올해 1월 자신과 아들 명의의 효성그룹 관련 주식을 전량 매도해 그룹과의 관계를 청산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지난해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해 조 전 부사장이 제보를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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