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에 이색 문화상점 16곳 개장 활기
비보이팀 커피숍·관객 6명 영화관… 부평구서 창업자 모으고 예산 지원
개성과 창의력, 열정,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청년사업가들이 인천 부평시장로터리지하상가에 모였다. 청년문화상점 16곳이 들어선 ‘부평로터리마켓’이다. 이곳에는 비보이들이 낸 커피숍, 해외 유명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민 가방점과 6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독립영화관, 누구나 자신만의 음반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등이 들어서 있다. 이들은 “직장을 다니고 돈도 벌었지만 각자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꿈꿔왔던 것을 하면서 살고 싶었기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8일 오전 부평시장로터리지하상가. 대학 선후배들과 함께 사무실을 냈다는 김정훈(28)씨는 남들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있었다. 인천대 경제학과를 나온 김씨는 경영과 미술,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선후배와 함께 ‘마지(Mazi)’라는 가방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문화와 상업을 버무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김씨는 “청년들이 함께 한다는 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사람들이 붐비는 상권이었다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보이 공연팀 ‘알펑키스트’에서 활동했던 홍승대(31)씨는 동료들과 함께 커피숍 ‘드립펑키’를 냈다. 커피보다는 문화와 감성을 팔아보자는 생각에서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에 다녔던 홍씨는 “상권이 침체돼 임대료가 비싸지 않고 경쟁이 극심하지 않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을 봤다”며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음료를 내세워 손님들이 찾아오게끔 만들겠다”고 말했다.
커튼과 침구 등을 제작, 판매하는 ‘오즈패브릭’ 대표 이선영(38·여)씨는 이미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업계 베테랑이다. 하지만 청년들과 뭉칠 수 있다는 매력에 입점했고 전단지 돌리기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28살 동갑내기로 초등학교 친구인 김완호 강용욱 박준석씨는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는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함께 꾸고 있다. ‘비헤이븐(BHAVEN)’이라는 상표를 준비중인 대표 김씨는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사전 시장조사를 해보니 우리 제품이 해외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서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같이 잘 사는 가치’에 주목해 매출액의 3%를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 부평역지하상가, 부평문화의 거리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던 이 곳 지하상가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쓰레기만 찼던 빈 점포에는 청년들의 열정이 넘치고 발길을 끊었던 젊은 고객들도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지하상가는 전체 상점 298곳 중 60곳 정도가 비어있지만 로터리마켓이 생긴 뒤로는 빈 상점이 30여곳으로 줄었다.
청년들은 지난달 지하상가 상인들과 함께 부평로터리마켓의 원조 격인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둘러 보고 왔다. 배울 점을 찾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기획한 것이었다. 청년들이 블로그와 SNS 등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것도 상가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상인회장 오병찬(75·여)씨는 “패기 가득한 청년들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상인들이 있어 지하상가의 앞날이 밝다”면서 “10년째 진척 없는 리모델링이 이뤄지고 문화의 거리와 연계 등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부평구는 지하상가와 인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4월부터 청년창업자를 모집했으며 2016년까지 매년 1억5,000만원을 청년상점에 지원할 계획이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