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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문호 눈에 비친 19C 조선… 단단한 체격에 궁핍한 백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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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문호 눈에 비친 19C 조선… 단단한 체격에 궁핍한 백의민족

입력
2014.07.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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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곤차로프 세계여행기 첫 완역… 여행 동경했던 당대 베스트셀러

2년 뒤 러 해군 동해안도 작성할 때 한국 영역에 독도 포함하는 계기 돼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전함 팔라다' 표지
'전함 팔라다' 표지

“아침에 발견한 두 개의 높은 바위는 반나절 동안 시야에 있었으며, 이제 명확해졌다. 두 개의 제법 높고 예각의 벌거벗은 바위는 약 300사젠(642m) 떨어져 있었다…이들 중 더 높은 서쪽 섬을 ‘올리부차’라 명명했다. 동쪽 섬을…‘메넬라이’라고 불렀다.”

1854년 4월 6일 동해안을 탐사 중이던 러시아 함대 팔라다호 소속 올리부차호가 두 개의 바위로 이뤄진 섬을 발견하고 각각 이름을 붙였다. 올리부차로 명명된 서쪽 섬은 독도의 서도, 메넬라이로 이름 지어진 동쪽 섬은 동도. 서양이 최초로 명명한 독도의 이름이다.

당시 팔라다호에 타고 있던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가 2년 반에 걸친 세계일주 여정을 기록한 ‘전함 팔라다호’가 처음으로 국내 완역됐다. 1858년 러시아에서 출간된 이 책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생생히 기록한 여행기라는 점에서 안톤 체호프를 비롯해 여행을 동경했던 당대 사람들의 베스트셀러였다. 책 말미의 조선 불시착기는, 전체 여행 일정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19세기 중엽 러시아의 눈에 비친 조선과 조선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팔라다호는 1852년 10월 7일 청국 5개항의 통상권 교섭, 러시아와 일본의 수교라는 임무를 띠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출발했다.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홍콩, 중국, 일본을 차례로 항해하던 팔라다호는 1854년 4월 2일 안전 문제 때문에 조선의 작은 섬인 해밀튼섬(거문도)에 임시 정박한다. 곤차로프는 당시 조선 땅과 조선인들에 대한 첫인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보이는 것은 초가지붕뿐이고, 드물게 군데군데 주민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모두들 마치 수의를 입은 것처럼 흰옷을 입고 있다. 마침내 우리는 극동에 속한 맨 마지막 민족을 보게 되었다.”

그는 조선인이 류큐(현 오키나와)인에 비해 체격이 크고 단단하다는 것과 검고 투명해 햇볕을 전혀 차단하지 못하는 이상한 모자(갓)를 쓰고 있다는 점, 담장 쌓는 솜씨가 형편 없는 걸로 보아 게으른 민족일 것이란 추측 등을 세세히 기록했다. 곤차로프는 주민들의 공격적인 태도와 헐벗은 산야에 실망하지만 새로운 문물에 대한 호기심과 외세에 별 거부감이 없는 모습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든 것이 벌거벗었고, 궁핍하고 서글프게 보였다. 주민들이 우리에게 식료품을 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들 자신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을 겨우 가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조선인들에게 유럽인에 대한 불신이 아직 뿌리내리지 않았고…조선 정부가 외국인과의 통상을 금하는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은 때인 지금 관계를 맺는 것이 더 편할 것으로 생각된다…그들이 유리병과 동으로 만든 단추, 도자기에 얼마나 달려드는지 모른다.”

곤차로프의 관찰일지는 러시아가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인식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팔라다호가 항해를 마친 2년 뒤인 1857년 러시아 해군부가 조선 동해안도를 그릴 때 독도를 포함시켰다”며 “러시아가 독도를 한국의 영역으로 파악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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