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4강전서 독일에 치욕 패배 전반 끝나자 일부 관중 빠져나가
추가시간 오스카르 골로 0패 모면
실망한 팬들 독일 응원하기도
브라질이 안방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브라질은 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전반에만 무려 5골을 내주더니 후반에 2골을 더 헌납했다. 이는 역대 월드컵 준결승 사상 최다 점수 차 패배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참담한 결과다.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6골 차로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최다 점수 차 패배는 1998년 프랑스 대회 결승전에서 홈 팀 프랑스에 당한 0-3, 3골 차다. 또 1920년 남미 선수권대회에서 우루과이에 당했던 0-6 패배 이후 94년 만에 역대 A매치 최다 골 차 패배와 동률을 이뤘다.
여기에 1934년 유고슬로비아와의 평가전에서 4-8로 패한 이후 80년 만에 한 경기 최다 실점의 불명예도 안았을 뿐만 아니라 1975년 이후부터 이어온 홈 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62’에서 멈췄다. 안방에서 자존심을 구긴 브라질은 13일 열리는 3, 4위전으로 밀려났다.
브라질은 척추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한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바르셀로나)와 경고 누적으로 빠진 주장이자 수비의 중심 치아구 시우바(파리생제르맹)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신력을 단단히 무장했다. 킥오프에 앞서 브라질 국가가 울리고 브라질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토론토)와 다비드 루이스(파리생제르맹)가 네이마르의 유니폼을 함께 들고 승리를 각오할 때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막상 주심의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전차군단’ 독일의 무자비한 공격과 뛰어난 골 결정력에 맥을 못 췄다. 독일은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23분 미로슬라프 클로제(라치오)의 추가골까지 터졌다.
기세를 잡은 독일은 전반 24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필리프 람의 크로스를 토니 크로스(이상 바이에른 뮌헨)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었다. 크로스는 2분 뒤 역습 상황에서 사미 케디라(레알 마드리드)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을 또 넣었다. 독일은 29분 크로스의 골을 도운 케디라가 전반 29분 메주트 외칠(아스널)의 도움을 받아 팀의 다섯 번째 골을 꽂았다.
브라질이 전반에만 5골을 내주자 관중석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브라질 팬들이 속출했고, 허탈감에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실망스러운 경기에 일부 팬들은 자국 대신 독일을 응원하기도 했다.
악몽 같은 전반전을 마친 브라질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하미리스(첼시)와 파울리뉴(토트넘)를 투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독일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는 후반 8분 파울리뉴의 두 차례 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브라질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독일은 후반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교체 투입된 안드레 쉬를레(첼시)가 후반 24분과 34분에 잇달아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0-7 대패가 확정될 즈음 브라질은 후반 추가 시간 오스카르(첼시)의 1골이 터져 겨우 0패를 모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독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0-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픔을 깨끗이 씻어내고 12년 만에 다시 결승 무대를 밟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우승 이후 24년 만의 우승 트로피 탈환을 노린다. 결승전은 14일 오전 4시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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