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호 골로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
그가 골 넣으면 독일팀 지지 않아
열 아홉 살까지 목수일을 하던 아마추어 축구선수가 월드컵 역사를 바꿨다. 독일 축구 대표팀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36ㆍ라치오)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의 골잡이로 등극했다.
클로제는 9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전반 23분 독일의 결승골이자 월드컵 통산 16번째 골을 터뜨렸다.
호나우두(브라질)와 역대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을 갖고 있던 클로제는 이 골 한 방으로 통산 최다골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클로제는 개인 통산 23번째 월드컵 경기에 출전, 로타어 마테우스(독일ㆍ25경기)에 이어 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와 함께 역대 최다 출전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클로제는 지난달 22일 가나와의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2-2 동점을 만드는 골을 뽑아내 호나우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브라질전에서 한 골만 더 넣으면 최다골 기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회는 예상보다 일찍 왔다.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23분 자신의 발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클로제는 선제골을 넣은 뮐러에게서 공을 건네 받아 문전 앞에서 슈팅을 날렸다. 브라질의 수문장 줄리우 세자르(토론토)가 넘어지며 쳐냈지만 클로제는 이 공을 다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요하임 뢰브 감독은 클로제가 역대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린 것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아주 뛰어난 성과였다”면서 “그 이후 브라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고 칭찬했다.
클로제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의 선수다. 19세 때까지 목수 일을 병행하면서 독일 7부 리그에 있는 아마추어 팀 블라우바흐에서 뛰었다.
프로축구 선수를 지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재능은 뒤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998년 5부 리그의 홈부르크로 이적했고 불과 1년 뒤 3부 리그 카이저 슬라우테른 2군 소속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2000년 1군으로 발탁돼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은 클로제는 2시즌 동안 27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독일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월드컵 데뷔 무대였던 2002년 한일 대회에서 헤딩으로만 5골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도 5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올랐고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4골,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2골을 추가해 역대 최다골을 기록했다. 올해 서른 여섯 살인 클로제는 나이를 감안하면 브라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A매치는 136경기에 출전해 71골을 몰아쳤다. 역대 A매치 최다 골이다. 재밌는 것은 클로제가 골을 넣은 경기에서 독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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