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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국정조사법, 정당정치에 맞게 개정해야

입력
2014.07.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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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사회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자괴감을 안겨주며 국가의 존재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국정조사활동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특위가 국민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지 의문이다. 청와대 등이 자신의 책임을 뒷받침할 핵심자료를 자발적으로 제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여당이 야당과 합세하는 이변이 없는 한 그런 자료제출을 강제할 법적 수단도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야당 특위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의 대부분을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여당 특위 위원들도 정권의 호위무사로 처신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이는 여대야소 정국에서 국정조사법(국정감사ㆍ국정조사에 관한 법률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정권에 부담스런 사건들을 조사하기 위해 가동하는 특위에 부여한 일종의 숙명이었다. 야당의 진상규명 노력에 대한 정부·여당의 방해시도는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가 전개되는 정당민주주의에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관련법은 이런 현상을 외면한 채 국회 소수파(재적 4분의 1 이상의 의원들)에게 정부의 비리나 실정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만을 인정했을 뿐 구체적인 국정조사계획을 국회 다수파의 동의에 결부시켜 놓았다. 범인에 대한 수사의 범위나 방법을 그의 친족의 동의를 받아 결정하도록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제도는 진실은 파헤치지 못하면서 정쟁만 유발하는 비생산적 제도라는 무용론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와는 달리 독일은 국정조사제도가 정치적 다수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겉돌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세웠다. 그 출발점은 정부와 국회의 다수세력이 정당을 매개로 한 몸이 돼 작동하는 것이 보통인 현대 정당정치에서 정권의 실정이나 비리를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는 무엇보다도 국회의 소수파, 즉 야당의 권한임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국정조사에서도 야당이 정권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독일은 연방의회 재적 4분의 1 이상의 소수파가 요구한 국정조사의 경우 다수파가 조사대상을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우리와는 달리 소수파가 요구한 국정조사의 경우 다수파가 조사범위, 소환될 증인의 범위 등을 좌우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또 국가기관에 대한 문서제출 요구를 국가비밀 등 이런저런 구실로 거부하는 관련 장관의 결정에 대해 소수파도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소해 거부결정의 타당성을 가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연방법원 판사로 하여금 해당 문서에 대한 비밀지정이 적법한지 심사할 수 있게 했다. 그 밖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국정조사를 위한 소환에 불응한 증인이나 증언을 거부한 자에 대해 국회 소수파도 벌금이나 구류를 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증인 등이 정부·여당의 비호 아래 소환이나 증언을 거부하는 것을 극히 어렵게 만들었다.

독일의 국정조사법은 우리 국정조사법의 허점을 극명하게 드러내 준다. 정당정치의 본질을 무시한 부조리한 우리 국정조사법이 정치적 사건의 진실규명과 관련해 우리 국회, 아니 야당을 무능한 존재로 만들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는‘진실의 공동묘지’로 타락시키고, 궁극적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워 온 주범 중의 하나임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도로 상업화되고 보수화된 주류 언론과 정권과의 유착, 시민사회의 심각한 분열과 민주적 정치의식의 미숙, 공직자의 호헌의지의 부족, 사법권의 불완전한 독립성 등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민주역량 한계와 그에 따른 정권 견제ㆍ감시의 부족을 법 하나로 모두 극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정치의 본질에 부합하는 법제가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궁극적으로 정권의 권력남용과 도덕적 타락을 억제하며,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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