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난사 현장검증 "생활관 밖 김모 상병이 나를 조준" 장병들 대응사격 뒷받침하는 진술도
임 병장은 차분했다. 8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 현장검증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수사관들의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수사관이 “동료들에게 왜 총을 쐈나”고 묻자 그는 “분노에 휩싸여서 그랬습니다”고 답했다. 그는 질문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쳤는지 말문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임 병장은 이날 육군 중앙수사단의 지휘로 진행된 현장검증에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두 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묶인 임 병장은 동료 장병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생활관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부터 출발해 시간 순으로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수사관이 탄창을 어떻게 총기에 결합했는지를 묻자 그는 K-2 소총에서 공포탄을 침착하게 제거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연출했다. 임 병장은“몇 발을 쐈느냐”는 수사관 질문에 “여러 발”이라고 답했고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은 봤느냐”고 묻자 “네”라고 말했다.
장소를 옮겨 생활관에서 이뤄진 현장검증에서는 당시 장병들의 대응사격을 뒷받침하는 진술이 나왔다. 임 병장은 “생활관 밖에서 김모 상병이 총을 들고 컨테이너 끝에서 나를 조준하는 모습을 봤다”며 “내가 먼저 1발을 쐈고 김 상병이 도망치는 거 같아서 나도 돌아서 갔다”고 진술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희생자 유가족 및 부상자 가족, 부상 병사,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취재진 카메라 플래시 소리에 긴장했는지 임 병장 요구에 사진 촬영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고 임 병장이 일부 질문에 감정이 북받쳐 말문을 잇지 못하자 수사관이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했다. 현장검증을 지켜 본 김모 하사 아버지는 “임 병장이 속이지 않고 사실대로 진술한 것 같지만 자식 잃은 슬픔을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병 2명이 숨진 생활관의 현관 앞과 벽에 남겨진 혈흔은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증명했다. 조용하게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유가족들도 놀란 가슴을 쓰다듬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벽에 묻은 혈흔은 계단에서 총격을 받고 비틀거리며 생활관까지 내려오다 쓰러져 사망한 이모 상병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앞으로 10일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임 병장을 군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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