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시한 쪽지는 위법 증거 수집"
재력가 청부살인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 측이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 의원이 혐의를 부인하려고 재력가를 직접 살해한 팽모(44ㆍ구속)씨와 입을 맞췄다며 경찰이 제시한 증거가 함정수사의 산물이라는 주장인데, 경찰은 억지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 의원의 변호인은 ‘경찰의 증거 수집이 위법하게 이뤄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관련 증거들을 압수해 보관해달라’며 서울남부지법에 증거보전 신청을 냈다고 8일 밝혔다. 관련 증거는 김 의원이 서울 강서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6월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유치장 내부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변호인 접견실의 동영상ㆍ녹음 파일이다.
김 의원 측은 경찰이 “김 의원이 쪽지를 통해 팽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것을 사과했다”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팽씨에게 입을 다물라고 지시했다”며 증거로 제시한 쪽지는 적법한 수사를 통해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킬 생각이다. 앞서 경찰은 ‘내가 이렇게 한다고 사과를 받아줄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사과한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말을 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 ‘지금 증거는 네 진술뿐이나 무조건 묵비하라’며 김 의원이 팽씨에게 보낸 쪽지가 청부살인의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변호인은 “유치장 첫 번째 방에 수감된 팽씨가 세 번째 방에 있던 김 의원에게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진술해주면 좋겠냐’고 소리를 지르자 유치장 보호관이 김 의원에게 종이를 주고, 김 의원이 쓴 종이를 팽씨에게 전달했다”며 함정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의원의 요청으로 보호관이 팽씨에게 쪽지를 전달한 것은 맞지만 업무상 부주의로 인한 실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보호관이 두 차례 쪽지를 전달했고, 한 번은 김 의원이 유치장 안의 공용 화장실 벽에 설치된 팽씨 칫솔 걸이에 쪽지를 걸어 두는 방법으로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유치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수 있도록 유치장 안에 펜과 종이를 구비해놓고 있다.
한편 살해당한 재력가 송모(67)씨가 1992년부터 만난 사람의 이름과 지출 내역, 돈 거래 등을 적은 금전출납부에는 김 의원을 통해 유력 정치인에게도 돈이 흘러 들어간 기록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로 부정청탁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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