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경제·안보대화 등 잇따라 열려
G2관계 설정 위한 힘겨루기 본격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1979년 수교 이후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전략안보대화, 전략경제대화, 고위인적교류회담 등을 잇따라 갖는다. 연례행사지만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미국의 해킹 혐의 중국 군인 기소 등으로 양국간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신형대국관계’ 설정을 위한 본격적인 힘 겨루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중은 제4차 전략안보대화(SDD)를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어 안보 문제 전반을 논의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회담에는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 왕관중(王冠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남중국해 석유시추시설 설치 등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라며 비판한 반면 중국은 정당한 권리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9, 10일엔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와 제5차 미중 고위인적교류회담(CPE)도 개최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합동 개막식에 참석, 연설할 예정이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연일 강경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는 시 주석이 어떤 발언을 할지도 관심사다.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대표인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시 주석의 특별대표인 왕양(汪洋)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이 주재한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비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남중국해 갈등, 사이버 해킹, 일본의 집단자위권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7일 “기후변화, 과학기술과 창조혁신, 수단과 남수단, 유엔평화유지, 동식물 불법 거래 금지 등이 논의되고 북핵 문제도 포괄적인 양자 간 외교·경제 이슈와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선 식량안보와 인권에서 야생동물 보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양국 간 주요 현안이 의제에 오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문제와 북한 비핵화, 영유권 분쟁, 기후변화 및 청정에너지 등 양국 및 지역, 글로벌 도전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대화에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한다. ‘상호존중, 협력, 공동번영의 미중 경제 동반자 관계’를 주제로 ▦거시경제와 구조개혁 ▦무역투자협력 심화 ▦금융개혁개방 등을 의제로 대화를 나눈다. 주요 관심사는 미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 압박과 중국의 대응이다. 미국은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환율을 더 자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분야에선 중국의 추가 시장 개방과 미중 양자투자협정(BIT) 추진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중 고위인적교류회담(CPE)은 케리 장관과 류옌둥(劉延東) 부총리가 주재한다. 학생 청년 교류 협력, 유학 확대 문제 등을 논의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양국 대화가 “미중 관계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방중 이후 가장 엄중한 시련을 겪는 가운데 열린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신문사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대화를 통해 양국은 해상 분쟁 및 사이버 안보 분야의 상호 비방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외교관은 “대화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미중 관계가 전반적으로는 좋다는 증거”라며 “상호 이익이 많은 만큼 관계를 잘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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