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재개된 한국거래소 감사 공모를 놓고 금융권의 관심이 높다. 정부가 관피아 척결 의사를 밝힌 이후 사실상 첫 공공기관 고위직 임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 없이 선발절차가 연기됐다. 관료 대신 정치인 출신이 내정됐다는 설까지 확산되고 있다. 관피아가 비운 자리를 누가 채울지, 이번 거래소 감사가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거래소는 김성배 상임감사 후임을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예정됐던 7일 임시 주총에서 신임 감사에 대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탓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후보를 추천해줘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통보해주지 않았다”며 “다음 주총이 있는 23일 까지는 후보군 검토를 마칠 것으로 보여, 그 때 다시 신임 감사 선임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거래소는 2년 임기의 상임 감사위원 공개모집을 마친 후 후보군 3명을 추려 공운위에 올렸다. 거래소 감사는 공운위에서 선정한 후보를 주총 결의후, 기재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거래소 상임감사는 대표적 관피아 자리로 꼽힌다. 4월1일부로 임기가 끝난 김 감사도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출신이고, 김덕수(청와대 선임행정관)ㆍ임종빈(감사원) 전 감사 등 전임자들도 모두 관료출신이라 국정감사 때마다 ‘낙하산’자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의 관피아 취업제한 조치 탓인지 지난달 말 끝난 거래소 감사 공모에는 이례적으로 17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관피아에 밀렸던 각계 인사들이 선정 가능성이 높을 것을 기대하고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연기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 출신 권모 변호사가 지난주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시 낙하산이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권씨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경남도당 부위원장을 지냈고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 경선에 나섰다. 2008년 총선에서도 경남 창원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을 지내기도 해 “이번에는 정피아냐”는 비아냥까지 금융권에서는 나오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에 있었던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 다른 공기관 고위직 공모에도 관피아 대신 여당출신 정치인이 속속들이 선임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피아가 떠난 자리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치계 또는 법조계, 학계에서 들어오는 것은 낙하산 논란이 재현되는 꼴”이라며 “거래소 감사 자리가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기관 개혁의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금융투자업계를 꿰뚫어 보는 인물로 채워야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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