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치동 등 평균 4년 선행학습
학원에는 광고만 금지해 효과 의문
서울 강북 L초등학교 5학년인 A(11)양은 집이 강북이지만 매주 월ㆍ수ㆍ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통학버스를 타고 강남구 대치동에 내린다. 함께 사는 할머니가 미리 대치동 정거장에 나가 있다가 A양을 맞는다. 이 때가 오후 4시 안팎. A양은 할머니와 함께 인근 백화점 등에서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한다. 할머니는 오후 7시에 시작하는 대치동의 수학전문 H학원에 A양을 들여보내고 강북 집으로 향한다. 오후 10시가 되면 퇴근한 부모가 3시간 수학강의를 받은 A양을 태워 귀가한다. 이런 생활이 2년째. 지난해 중학교 수학과정을 마친 A양은 올해는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다. 과학영재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올해 9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 규제법)이 시행되지만 여전히 사교육시장에서는 선행교육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 대치동 목동 등 사교육과열지구의 중ㆍ대형 학원 10곳의 수학 선행교육 정도를 추적한 결과 평균 4.0년을 앞당겨 가르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2012년과 2013년 평균 3.8년보다 선행교육 정도가 심해진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학원 3곳을 더하면 선행교육 정도는 평균 4.2년으로 늘어난다.
선행교육이 가장 심한 곳은 ‘청산학원’(강서본원)으로 중학교 1학년에게 대학교 2학년 과정의 정수론을 강의한다고 홍보하는 등 무려 7년이나 빠른 선행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치동 ‘미래탐구’ 학원은 영재고ㆍ과학고ㆍ수학올림피아드(KMO) 입상을 목표로 한 최상위권 심화 경시 프로그램인 ‘스타워즈’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4~5학년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인 수학Ⅰ 수업을 하는 것으로 6년을 앞당긴 선행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대치동 ‘플라즈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고3 과정인 물리Ⅱ와 화학Ⅱ를 가르치고 있으며, 대치동 ‘엠솔학원’은 중1을 대상으로 고교 수학과정 전체와 대학의 논술ㆍ구술 문제를 가르치는 의대반을 운영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예정인 선행교육 규제법은 학교에서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에 내지 못하도록 할 뿐 학원의 선행교육에 대해서는 광고와 선전만 금지해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 부담 경감’이라는 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업체의 선행교육 상품 광고에 대한 실태 파악과 행정지도뿐만 아니라 사교육업체의 선행교육 상품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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