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광음향 기술 개발
번개 치면 천둥소리 나는 원리 응용
번개가 치면 바로 천둥소리가 발생하는 원리를 응용해 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이 상용화하면 몸 속에 내시경을 넣지 않고도 위와 장의 움직임과 내부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포스텍은 “창의IT융합공학과 김철홍, 전만식 교수팀이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 조나단 로벨 교수, 위스콘신주립대 웨이보 카이 교수팀과 공동으로 ‘광음향’ 영상 기술을 개발해 생체 내부를 촬영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광음향은 빛을 흡수한 물질의 빛에너지가 열로 바뀌면서 음파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번개(빛)가 치면 조금 뒤 천둥(소리)이 이어지는 게 대표적인 광음향 현상이다. 연구팀은 레이저와 특수 나노입자를 이용해 광음향을 실험용 쥐의 몸 안에서 구현해냈다. 먼저 특수 나노입자를 녹인 물을 쥐에게 먹인 다음 레이저를 쏘였다. 레이저(빛)가 쥐의 소화기관 속으로 들어가 나노입자를 만나면 소리로 바뀐다.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천둥소리와 달리 이 소리는 들리지 않는 초음파이기 때문에 병원용 초음파 기기로 포착해야 한다.
김 교수는 “레이저의 파장과 나노입자의 종류, 농도에 따라 영상에 나타나는 색깔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가령 쥐에게 근적외선 영역의 레이저를 쏘면 소화기관 내부가 초록색 영상으로 나타나고, 나노입자를 높은 농도로 먹이면 센 초음파가 발생해 영상의 색이 진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색을 띠는 나노입자를 쓰면 영상의 색도 달라진다. 이를 활용하면 소화기관을 더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빛을 소리로 바꾸고 색깔을 띠게 만드는 약 20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특수 입자다. 보통 나노입자를 혈관으로 주입하면 상당량이 간이나 비장에 쌓여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이번 나노입자는 마신 뒤 며칠 지나 대변으로 빠져나가고, 표면에 화학처리를 해 몸에 흡수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광음향을 응용한 의료영상 기술은 필립스와 후지필름, 캐논, 지멘스 등 외국 유명 기업들도 최근 관심을 갖고 개발 중이다. 누가 먼저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하느냐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김 교수는 “초음파 회사가 많고 영상기술도 발달한 우리나라는 시장 진입이 좀더 수월할 것”이라며 “실제 임상용 국산 초음파 기기에 레이저를 부착하는 등 상용 장비 개발을 올해 안에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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