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슈퍼리치(Super Rich)를 공략하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주식ㆍ외환시장에서 투기적 성격이 강한 파생상품을 매매해 떼돈을 벌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이 최근 최상위 부자고객(슈퍼리치ㆍ은행 잔고가 400억원 이상인 부자)을 대상으로는 하는 대출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유럽지역 슈퍼리치를 관리하는 사업부를 대폭 확대, 공격적 영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FT는 또 과거 유가증권이나 파생상품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개인 금융시장은 방치했던 이 회사가 유럽 부자들에 대한 대부영업 강화를 위한 조직도 비밀리에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새로 발족한 슈퍼리치 영업팀은 향후 3년간 50억달러(5조원)을 유럽, 아프리카, 중동지역 최상위 부자에게 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상위 부자들은 골드만삭스에서 저리로 빌린 돈 가운데 일부는 요트와 같은 개인 사치품 구입에 사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막대한 고정자산을 담보로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개인 투자자들과의 거래는 생각하지도 않던 골드만삭스의 이런 행보는 금융환경 변화로 경쟁업체들이 이미 관련 시장에 잇따라 뛰어든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FT의 분석이다. 실제로 골드막삭스의 경쟁자인 모건스탠리, UBS, 크레딧스위스 같은 곳은 이미 유럽지역 슈퍼리치에 대한 소매금융 조직을 대폭 강화한 상태다.
골드만삭스의 유럽지역 소매본부장인 크리스토퍼 프렌치는 “막대한 자산에도 불구, 슈퍼리치 고객은 돈을 빌려서라도 자신의 부를 계속 축적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슈퍼리치 고객에 대한 대여금은 떼일 가능성이 낮고 미래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유망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자본이 자본을 낳고, 돈이 돈을 벌어,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현상은 유럽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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