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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LG와의 외로운 투쟁…이 남자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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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LG와의 외로운 투쟁…이 남자의 사연

입력
2014.07.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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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내부고발 피해자 정국정씨 "고현철 변호사법 위반혐의 기소가 성과 명예회복 위한 복직투쟁은 현재 진행형"

LG전자에서 해고된 내부고발자 정국정씨가 2008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재벌 봐주기 수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LG전자 측 변호를 맡은 고현철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기소를 이끌어 낸 정씨는 복직 판결을 받기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LG전자에서 해고된 내부고발자 정국정씨가 2008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재벌 봐주기 수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LG전자 측 변호를 맡은 고현철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기소를 이끌어 낸 정씨는 복직 판결을 받기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정상적인 일을 바로잡는 길이 저에게는 정말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네요.”

6일 LG전자 내부고발자이자 왕따 사건의 피해자 정국정(51ㆍ사진)씨는 지난 14년간 외로운 법적 투쟁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는 1996년 LG전자 근무 당시 회사 관계자들과 하청업체 사이의 비리 의혹을 본사 감사실에 고발했다가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사내 메일 수신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일을 겪은 끝에 2000년 2월 해고됐다. 그 때부터 14년간 각종 소송과 고소 등 법적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망가질 대로 망가진 시간”이라는 속내를 밝혔다.

2011년 대법원이 고법의 판결을 뒤집고 정씨의 해고무효 소송을 패소 판결하면서 정씨는 여전히 무직 상태다. 대법원은 정씨가 승진 누락 후 동료ㆍ상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빚으며 사회통념상 더는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사내 왕따가 지속되다가 1998, 99년 연속 과장 승진에서 탈락한 배경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내부고발자를 내모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벌의 힘도 절감했다. LG전자는 구자홍 전 대표이사 명의로 “정씨가 ‘왕따 메일’을 조작했다”며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고, 정씨는 무고혐의로 맞고소했다. 검찰은 서울고검의 재수사 명령을 받았음에도 구 전 대표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재벌 봐주기’라는 여론의 비판이 뜨거웠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씨의 부당해고구제 행정소송을 기각했던 고현철(67) 당시 대법관이 퇴임 후 정씨의 해고무효소송 상고심 LG측 변호를 맡았다가 지난 3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이 정씨가 얻어낸 성과라면 성과였다. 당초 고 변호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뒤집고 재수사 끝에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된 것은 정씨가 홀로 적극적인 고소와 항고를 제기하며 이끌어낸 성과였다. 정씨는 “기쁘다기보다 담담하다”고만 밝혔다.

정씨는 고 변호사의 기소를 토대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한 대법원 판결에 재심을 청구할 생각이다.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제 자존심과 명예회복을 위해 복직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다시 돌아가 일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 앞으로 회사 내부의 문제를 용기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나올 것 아닙니까.”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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