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층 더 복잡해진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정치ㆍ경제적으로 더 밀접해진 중국과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체제처럼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을 택하는 진영논리는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은 “우리에게 유일한 동맹은 미국밖에 없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중 특정 국가를 선택하면 우리만 손해를 입기 때문에 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의 유일한 동맹이지만 향후 통일이나 북핵 문제 해결에서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도 글로벌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등거리 외교를 선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차원의 네트워킹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가교역할도 강조됐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에 위안화 허브 금융시장을 구축하는 초안이 마련됐는데 미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한중이 한 단계 높은 경제협력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번에 합의된 사항에 대해서 미국과도 논의해 이익이 부딪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중 양국간 적절한 타협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해서도 “중국이 군사ㆍ안보적 패권을 강화하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미국은 일본과 자연히 손을 잡으려 하기 때문에 결국 집단자위권이나 역사문제 등에서 일본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라며 “중국도 이런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인 만큼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경남대 석좌교수)은 최근 ‘균형외교보다는 촉진외교를’라는 기고문에서 “지금 한국은 동북아에 일고 있는 삼각파도의 가운데에 있다”며 “일각에서는 미일과 중국의 대립선상에서 ‘균형외교’를 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촉진외교’를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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