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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에서 싹튼 사랑, 김태용도 이만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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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에서 싹튼 사랑, 김태용도 이만희처럼

입력
2014.07.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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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휴가 뭐야?”

모범수에게 주어지는 짧은 휴가 귀휴는 감옥에 갇힌 이만희 감독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자가 죄를 짓고 형무소에 갔다가 나오면 제일 먼저 어디로 갈까?”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감독의 질문에 김지헌 작가는 3개월 만에 시나리오로 대답했다.

남편을 살해한 여죄수 혜림(문정숙)은 떠돌이 위조지폐범(신성일)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이별의 순간에 1년 뒤 창경궁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혜림은 모범수로 가석방됐으나 경찰에 붙잡힌 청년은 감옥에 갇힌다. 창경궁에 간 혜림의 발밑에는 낙엽만 쌓인 채 영화는 끝난다.

영화 만추(晩秋)는 1966년 개봉되자 영화 팬을 감동시켰고,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녀연기상, 시나리오상을 휩쓸었다. 이만희 감독은 영화 삼포 가는 길에 출연한 여배우 문숙과 결혼했다. 감독과 여배우는 몇 달 동안 영화를 찍으며 예술과 함께 사랑까지 창작했다.

만추는 1972년 일본에서 약속(연출 사이토 고이치)이란 제목으로 재구성됐고, 1975년 육체의 약속(연출 김기영)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크됐다. 김수용 감독은 1981년 김혜자와 정동환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만추를 새로 찍었고, 김태용 감독은 2010년 탕웨이와 현빈을 내세워 다섯 번째 만추를 제작했다.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이 만추 촬영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2014-07-06(한국스포츠 자료사진)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이 만추 촬영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2014-07-06(한국스포츠 자료사진)

탕웨이는 만추에 출연한 다른 여배우처럼 돋보였다. 탕웨이는 원작에 출연한 문정숙처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았다. 탕웨이에게 만추는 특별한 영화였다. 영화 색, 계로 유명해진 탕웨이는 2008년 친일파를 미화한 영화라는 비판을 받아 중국 영화계에서 쫓겨났다. 탕웨이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특별휴가를 받아 한국에서 영화를 찍은 셈이었다.

김수용(85) 감독은 2011년 김태용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나보고 다시 만추를 찍으라고 한다면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를 주연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애나는 영화 속에서 훈(현빈)을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탕웨이는 현실에서 자신을 애나로 만들어준 김태용 감독을 만났다. 이렇게 싹튼 사랑 속에서 감독과 여배우는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탕웨이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자신의 부모에게 김태용 감독을 소개했다. 예비 장인과 장모를 만난 김 감독은 5일엔 탕웨이와 지인을 만나고 쇼핑을 즐겼다. 가족과 지인만 초대하기로 한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결혼식은 영화 제목처럼 가을에 열린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웨이보에 게재된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의 모습. 이들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탕웨이 부모와 식사했다 /2014-07-06(한국스포츠)
웨이보에 게재된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의 모습. 이들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탕웨이 부모와 식사했다 /2014-07-06(한국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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