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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한국 보호우산 되겠다는 중국

입력
2014.07.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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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치 안보 협력을 실현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넨 화두다. 우리 정부에선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의 우경화에 공동 보조를 취한 점을 부각시켰지만 정작 중국 공식 자료에선 이 대목에 방점이 찍혔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한중 정상회담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관계가 대발전의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며 “공동 관심사와 ‘중대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자”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국방 부문 직통 전화를 개통할 것도 주문했다. 이는 지난해 양국이 정치안보영역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미국의 동맹이 이미 60여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 동맹이 한국전쟁 당시 숨진 5만5,000명(실종 포함)의 피를 기초로 한 것이고, 지금도 2만8,000여명의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제 우리에게 안보도 자신들과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이미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제안은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을 재무장시키겠다는 미국의 전략과 이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우리의 정서가 크게 배치되는 절묘한 시점에 중국의 제안이 이뤄진 점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학계 일각에선 “한미 동맹은 북핵으로 인한 한국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중국이 한국에 ‘보호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중국이 정치 안보 영역에서 우리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중국의 안보관이 해양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바다보단 육지의 방어에 주력했다. 1860년대 중국 북서부인 신장(新疆) 지역이 혼란에 빠진 후 벌어졌던 해방(海防)파와 새방(塞防)파의 논쟁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해방파는 신장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다시 점령할 만한 가치가 없다며 오히려 해군의 발전에 재원을 쓸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새방파는 ‘신장이 무너지면 몽골이 무너지고, 몽골이 무너지면 베이징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내 세웠다. 결국 청나라는 쇠퇴하는 국력에도 1876년부터 매년 국고의 연간 지출 6분의1을 사용하며 신장 원정에 나서, 재정복했다. 1949년 성립된 신중국이 1년 후 항미원조(抗美援朝ㆍ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으로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전쟁에 참전한 것도 북한이 무너지면 베이징도 위험하단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육상보다 해상 방어를 더 중시하고 해양강국 건설과 해군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한 에너지와 자원의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바다를 지키는 것이 절박한 안보상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은 사실상의 중국 봉쇄 정책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국가해양국을 확대하고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며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유이다. 육지보다 바다가 더 중요해지면서 한반도에서도 북한보다 남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론 처음으로 시 주석이 북한을 제치고 한국에 먼저 온 또 다른 배경이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바다의 안보를 더 중시하기 시작하며 황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와의 충돌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우리 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았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와 해상 훈련을 벌이면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까지 침범했다.

시 주석은 돌아갔다. 그러나 천리 더 멀리 보기 위해 한층 더 높이 올라야 한다는 그의 말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상 곱씹어야 하는 숙제다. 우린 과연 어떤 장기 국가 전략 아래 중국을 대해야 하는 건지 자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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