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美 경악케 한 '수녀 살인사건' 장본인
美카톨릭계 교구장 결정에 신도들까지 반발
미국에서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던 가톨릭 신부가 사망하자 그의 장례 절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살인자 임에도 가톨릭 사제의 신분이 더 앞선다며 장례준비에 나선 미국 가톨릭계의 결정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교구는 지난 4일 숨진 제럴드 로빈슨(76) 신부의 장례를 교구장으로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톨레도 교구 담당인 찰스 리터 신부는 “로빈슨 신부가 살인 혐의가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하늘이 (이미)그를 신부로 명했기에 장례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부터 살인 혐의로 1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로빈슨 신부는 5월 말 심장질환으로 호스피스에 수용돼 있던 중 사망했다.
로빈슨 신부는 1980년 4월 오하이오주 ‘머시 하스피탈’ 가톨릭 병원에서 당시 71세였던 마거릿 안팔 수녀를 흉기 살해한 죄였다. 사건은 당시 범인이 부활절 예배 준비 중이던 팔 수녀의 몸을 제단 장식보로 감싼 채 역십자가 형태로 31차례나 무참히 찌르고, 이마는 그의 피로 얼룩지게 해 미국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수사당국은 팔 수녀와 함께 일하던 로빈슨 신부를 일찍이 유력한 혐의자로 지목하고도 목격자나 뚜렷한 물증이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다 팔 수녀가 사망한 지 24년 만인 2004년 로빈슨 신부를 팔 수녀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수사 당국은 로빈슨이 엄격한 감독자였던 팔 수녀와 평소 갈등 관계에 있다가 사건 당일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냈다.
로빈슨 신부의 교구장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판 내내 사제복 차림을 고수하는 등 사제로서의 부적절한 행동을 반성하지 않은 이에게 가톨릭계가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것이다. 한 가톨릭 신자는 “지난해 2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후 자정에 힘쓰고 있는 가톨릭계에서 있을 없는 일”이라며 “미국 가톨릭계는 지금이라도 그의 장례절차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빈슨 신부에 대한 구체적인 장례절차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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