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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고야

입력
2014.07.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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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먹을래?” 할머니가 TV를 보다가 불쑥 말씀하셨다. “고야? 무슨 과자예요?” 나는 짐짓 셈베나 깨강정 같은 거려니 하고 무심히 물었다. 답답했던지 할머니는 가타부타 없이 ‘고야’를 쟁반에 내오셨는데, 생긴 건 자두 모양이고 크기는 방울토마토만 한 과일이었다. 맞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앵두. 고야. 자두. 살구. 하나같이 예쁜 이름을 지닌 초여름의 과일들. 마침 방에서 나온 엄마가 쟁반을 흘끗 보고는 말을 보탰다. “그거 고야 아니고 자두야. 알이 잘아서 싸게 팔더라.” 고야는 크기가 더 작고 과육은 더 단단하고 색도 더 짙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쉽다는 듯 이렇게 덧붙였다. “아, 고야를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안 나네. 좀처럼 파는 데가 없어.” 그제야 내 머릿속에도 차츰 선명해졌다. 검붉은 고야를 한 입에 넣고 우물우물하다가 누가 멀리까지 씨를 뱉나 동네 친구랑 내기도 했었지, 아마? 스마트폰으로 ‘고야’를 검색해 보았다. 토종자두를 영서지역에서 특히 이렇게 부른다고도 하고, 고야의 상품성이 좋도록 품종개량을 한 것이 자두라고도 하니, 찾아보기는 힘들지언정 어쨌건 고야도 자두의 한 종류인 셈이겠다. 그런데 할머니에게는 여전히 자두보다 고야가 익숙하고, 엄마에게는 자두와 고야가 뚜렷이 다른 과일이며, 나에게는 자두만 남고 고야는 거의 잊혀진 상태다. 나는 고야의 맛을 간신히나마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인 걸까. 침이 고인다. 고야가 먹고 싶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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