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에서 호흡을 맞춘 중국 스타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의 결혼 발표가 최근 화제를 모으면서 여배우와 영화감독의 사랑이 재조명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최은희-고(故)신상옥 감독 부부가 있다. 신 감독은 1953년 당시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톱스타 최은희와 결혼했다. 최은희는 18세 때 촬영감독과 한차례 결혼한 경험이 있었던 반면, 신 감독은 초혼이었다.
둘은 납북사건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최은희가 1978년 1월 홍콩 영화사와 영화 제작 및 영화 홍보를 하던 중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데 이어 6개월 뒤에는 신 감독 역시 납북돼 북한에서 영화제작을 하기도 했다.
한국영화계 거장 임권택 감독은 1979년 배우 채령과 결혼했다. 1970년 MBC 탤런트 공채 3기로 데뷔한 채령은 이후 임권택 감독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저 파도 위에 엄마 얼굴이' 등을 찍었다.
2006년 12월 결혼한 문소리-장준환 감독 부부도 있다. 성균관대 동문인 두 사람은 2003년 장 감독이 연출한 가수 정재일의 뮤직비디오 '눈물꽃'에 문소리가 출연하면서 교제를 하다 결혼에 골인했다.
탕웨이-김태용 감독을 이어준 '만추'는 고 이만희 감독의 1966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이 감독 역시 여배우와 결혼했다. '삼포가는 길'에서 호흡을 맞춘 문숙으로, 무려 23살의 나이차가 나는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 1974년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결혼 생활 1년 만에 이 감독이 지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해외에서는 '혹성탈출'에서 만난 헬레나 본햄카터와 팀 버튼 감독이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아들을 낳고 잘 살고 있고, '언더월드'로 만난 케이트 베킨세일과 렌 와이즈먼 감독은 2004년 결혼했다.
밀라 요보비치는 '제5원소'를 촬영하다 뤽 베송 감독과 결혼했고, 이후 이혼한 후에는 '레지던트 이블'을 촬영하면서 만난 폴 앤더슨 감독과 재혼했다.
결혼-이혼 이력이 화려한 우마 서먼은 '펄프 픽션'을 작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현재 연인 관계이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애나 존스'의 여주인공 케이트 캡쇼, 조엘 코엔 감독은 '분노의 저격자'에서 호흡을 맞춘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각각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결혼했다가 갈라선 커플로는 지나 데이비스-레니 할린 감독, 다이앤 키튼-우디 앨런 감독, 잉그리드 버그만-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 안나 카리나-장 뤽 고다르 감독 등이 있다. 비록 나중에 갈라서긴 했지만 이들 커플 모두 열애에서 결혼까지는 세기의 로맨스가 따로 없을 정도로 떠들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홍콩 스타 장만위(張曼玉·장만옥)는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와 1998년 결혼했다가 2002년 이혼했다.
여배우와 감독의 사랑은 대개 한 작품을 수개월씩 함께 촬영하면서 이뤄진다. 물리적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데다, 예술적인 교감이 더해지면서 사랑이 싹트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남녀 배우가 사랑에 종종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배우와 감독의 관계는 감독이 여배우를 자신의 '뮤즈'로 바라보고, 여배우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끌어주는 감독을 존경심을 갖고 대하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게 배우 커플과는 다른 점인 듯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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