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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연세로, 상인들 한숨짓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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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연세로, 상인들 한숨짓는 까닭

입력
2014.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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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활성화한다더니 6개월새 손님 절반 넘게 뚝"

주변 골목 주정차 금지구역 통제 CCTV 설치해 과태료도 부과

손님들 주차할 곳 못 찾아 발길 돌려 구청은 주차장 마련에 소극적

4일 한산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지역상인들은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뒤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4일 한산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지역상인들은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뒤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19년째 빈대떡 장사를 하고 있는 김현종(40)씨는 요즘 부쩍 고민이 깊다. 지난해까지 하루 평균 150여명에 달하던 손님은 올해 40여명으로 급감했기 때문. 김씨는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면 유동인구가 많아져 장사가 더 잘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은 정반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앞 사거리를 잇는 연세로는 올해 1월부터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됐다. 평일에는 버스만 다니고 주말에는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는 보행자 전용거리로 운영된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지만 오히려 손님이 줄어 상인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가 되면서 대신 안쪽 연세로7안길 등 가게 앞 도로들을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설정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상인들은 “연세로 일대 거리공연 등 볼거리가 늘면서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만 많아졌을 뿐 가게를 찾는 손님은 줄었다”고 말한다.

8년째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는 민모(66)씨는 “차를 몰고 온 손님들이 일방통행 표지판을 따라 빙빙 돌기만 하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차 댈 곳도 없는데 주정차 단속은 심하니 이런 곳에 누가 오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차없는 거리로 지정한 이후 서대문구는 이 일대 골목까지 불법 주정차 단속도 강화했다. 3월부터 폐쇄회로(CC)TV 9대를 골목 곳곳에 새로 설치했다. 가게 앞에 잠시 차를 대기만 해도 과태료 4만원을 물어야 한다. 반면 당국은 “차 없는 거리 조성은 승용차로 이 거리로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라며 주차장을 마련하지 않았다.

연세로 중심부까지 도보로 10분 거리에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성산로22길)이 있지만 이마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다. 사전에 등록하지 않은 차량은 주차 즉시 견인된다. 인근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오후 9시 이후 옥외주차장을 25% 할인 요금으로 개방하고 있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이창신(52)씨는 “돈 내는 것도 기분이 나쁘겠지만 우리 가게는 백화점에서 꽤 멀어서 백화점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하면 대부분 짜증을 내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소연했다.

상인들은 “차라리 옛날이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경문(45)씨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면 거리 일부를 주차장으로 쓸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 운영과 관련된 사안은 모두 상인들과도 상의해서 결정했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불편하다고 하면 곤란하다”며 “차 없는 거리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권재희기자 luden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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