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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항일 70주년 공동행사, 동북아 역학구도 새 뇌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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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항일 70주년 공동행사, 동북아 역학구도 새 뇌관으로

입력
2014.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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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새 변수 1. 中 제안에 딜레마

中, 한국과 공조로 日 고립… 동북아 주도권 잡으려는 의도

내년 한일수교 50주년… 수용도 거절도 어려운 난제로

시진핑(맨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왼쪽) 국회의장을 면담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시진핑(맨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왼쪽) 국회의장을 면담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광복 70주년 기념행사가 동북아 역학구도를 뒤흔들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국 입장에서) 항일 승전 70주년이기도 하다. 양국이 공동행사를 치르자”고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등장한 이 문제에 우리는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제안에 대해 그 자리에서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끌어들여 일본과 분명한 각을 세우려는 중국의 입장을 모를 바는 아니지만 한미일 3각 공조를 감안하면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게 우리 정부의 고민으로 보인다.

공동행사는 중국의 동북아 주도권 발판

중국이 공동행사를 제안한 이면에는 패권주의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은 한국을 끌어들여 일본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다. 최근 일본이 일방적인 고노 담화 검증과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강행하는 등 역내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일본의 날개를 꺾고 한국마저 떼어 놓으면 동북아 주도권은 중국 입장에서 ‘떼어놓은 당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내년 패전 70주년 행사를 통해 자신들이 전쟁의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중 양국이 동시에 선제적으로 과거 일제 군국주의의 야만성을 폭로할 경우 아베 정권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중국 정부가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하얼빈에 안중근 기념관을 건립하고 시안에 광복군 표지석을 설치한 것은 이 같은 대일 공동전선에 우리측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5월 박승춘 보훈처장을 단장으로 우리 정부 대표단이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중국측 관계자들은 내년 항일 승전 70주년의 의미를 누차 강조하며 우리측과 공동행사 개최 여부를 다각도로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손 내밀어도 우리는 선뜻 못 잡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중국의 구애공세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일방적으로 일본을 몰아붙이려는 중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투 트랙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위해 중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동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년 한일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일본과의 관계개선도 염두에 둬야 하는 양면적인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을 고리로 묶인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감안하면 마냥 일본과 등을 지고 있을 수도 없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4일 “내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과의 거리가 아무리 가까워져도 한중 관계의 시각으로 일본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거사 대응에도 중국측과 미묘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위안부 기록물을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일본 정부가 민감해 하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 문제화하려는 중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신청을 2017년으로 미뤄놓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듯 생존 위안부 할머니가 54명으로 줄어들어 어떤 식으로든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것이 시급한데도 오히려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자료 준비가 덜 됐다”는 해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로서는 광복 70주년 공동행사와 관련한 중국의 공세를 세련되게 거절하면서도 한중관계이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수록 중국의 외교전략에 끌려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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