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내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해 경제교류가 획기적 전환점을 맞게 됐다. 양국은 그 동안 개방 범위와 양허 수준을 중심으로 이견이 많았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높은 수준’의 FTA를 겨냥해 쟁점 별 입장차이를 좁혀갈 수 있게 됐다. 한중 FTA 협상이 소소한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단계를 넘어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셈이다.
중국과의 FTA 체결이 성공하면 우리가 경쟁력 우위에 있는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정보통신(IT) 가전 등의 분야에서는 커다란 이득이 예상된다. 하지만 으레 FTA의 그늘이 돼온 농어촌 현실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 대한 농수산물시장 개방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의 FT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이 클 것이다. 이미 중국산 농수산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경우 우리 농수산업의 생존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한중 FTA 중단 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결의대회를 열어 “중국의 농축수산물 대부분은 한국보다 절대적 비교우위에 있어 한중 FTA가 타결되면 농어촌 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비대위 측은 피해액이 앞으로 15년 동안 약 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FTA 협상 대상에서 빠지는 ‘초민감 품목군’에 최대한 많은 농축수산물을 집어 넣겠다는 입장이지만, 상대가 있는 협상인 만큼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또 동식물 위생검역 기준을 세계무역기구(WTO) 수준으로 강화하고, 원산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의 우회적 규제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장기적ㆍ근본적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농어촌의 피해를 최대한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우리 농축수산물의 경쟁력을 조속히 끌어올려야 한다. 시장에서 거래규모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산과의 품질 차별화를 촉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농수산업 분야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최소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이뤄질 ‘이익의 균형’을 국내 산업 사이에 적용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에서 발생한 이익을 최대한 농수산업 지원에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를 비롯한 수혜 산업의 수익 증가분 일부도 그런 재원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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