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ㆍ상원 당선자 맞힌 저자
경제ㆍ스포츠ㆍ도박 등 다양한 분야 정확한 예측 방법 재미 있게 풀어 써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말고도 또 한 명의 영웅을 낳았다. 선거예측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오바마의 승리뿐 아니라 그가 몇 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지와 몇 퍼센트 차이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지를 예측해 거의 근접한 수치로 맞췄다. 갤럽을 비롯한 전문기관들이 오바마와 롬니의 박빙 승부 혹은 롬니의 승리를 예측했으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도 미국 50개주 중 49개주에서 누가 이길지(오바마와 존 매케인 중에서) 정확히 예측했으며 총선에서도 상원 당선자 35명 전원을 맞췄었다.
실버가 자신의 예측 방법론을 정리한 책 ‘신호와 소음’이 번역됐다. 미국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에 1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아마존이 올해의책으로 선정하는 등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실버는 책에서 정치, 경제, 스포츠, 기후, 전쟁, 테러, 전염병, 도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이른바 빅 데이터 시대에는 정보가 부족한 시대에 비해 예측이 훨씬 더 까다롭다고 말한다. “정보의 양은 그 정보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하는 깨달음의 증가 속도보다, 또 유용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가려내는 역량의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책이 말하는 ‘소음’과 ‘신호’는 각각 잘못된 정보와 의미 있는 정보를 가리킨다.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쓸만한 신호를 제대로 가려내기만 한다면 정치나 테러 같은 거대한 사안뿐 아니라 개인 삶의 소소한 부분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버는 선거예측가로 주목 받기 전 야구와 도박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02년 회계컨설팅회사에 입사했으나 지루한 컨설팅 업무 대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성적을 예측하는 새로운 취미에 몰두했다. 그는 ‘페코타’라 이름 붙인 통계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해 놀라운 적중률을 보였으며 이 통계기법을 카지노에서 활용해 단번에 1만5,000달러를 따냈다. 회사를 그만둔 그는 포커판에서 수십만 달러를 긁어 모으며 승승장구했으나 2006년 의회가 인터넷 포커 게임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실버의 눈에 비친 정치 전문가들의 선거 예측은 형편 없었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그 결과를 비교해 통계 낸 결과 적중률은 동전 던지기와 비슷한 50%선이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선거 예측에 뛰어들었고 2008년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블로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미국 선거인단 수)’를 개설했다.
책은 실버가 선거 결과를 맞힌 비법뿐 아니라 포커판에서 상대의 허풍을 간파하는 법, 9ㆍ11테러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 등 대중이 관심 있어할 만한 사안에 대해 통계와 확률을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실버는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예측에 부합하는 태도와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예측이 단순히 수학 공식이 아닌 삶의 태도와 연관돼 있다는 대목은 통계나 확률에 관심 없는 이들도 귀 기울일만하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에 대해…그 생각들을 검증하는 방식에 대해 각기 다르게 생각해야 함을 의미한다. 확률과 불확실성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또한 우리가 문제 삼고자 하는 가정이나 믿음을 좀 더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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