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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야 사랑받는다? 뜨악해진 해외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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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야 사랑받는다? 뜨악해진 해외 팬들

입력
2014.07.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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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뮤직스크랩] 티아라 효민 신곡 ‘나이스 바디’ 차별적 영상ㆍ가사, 해외서 논란 해외로 뻗어 나간 K팝, 세계 기준에 맞춰야

걸그룹 티아라 멤버 효민의 ‘나이스 바디’는 두 가지 면에서 꽤 인상적인 순간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여러 사건과 부진 속에 묻힌 티아라를 생각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유튜브에서 접하는 해외 팬들의 다이내믹한 반응. ‘나이스 바디’는 용감한 형제가 쓴 곡으로, 구식의 신시사이저 톤이 은근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팝이다. 듣기 나쁘지 않은데 좀 밋밋하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면 달라진다. ‘효민이 이렇게 예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이스 바디’라는 제목과 함께 그녀의 몸을 거듭 강조하는 영상이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해외 팬들이 이 곡에 대해 논쟁 중이다. 노랫말과 영상 때문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노출을 원해요 / 여자라면 한 번쯤 다이어트를 하네요 / 여자라면 분명히 사랑 받길 원해요 / 꿈속의 왕자님은 분명히 나타날 거예요”라는 가사로 시작해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독하게 살아가 / (아픈 것도 모두 참고) 난 예뻐질 거야 / 사랑할 거야 더 보여줄 거야 / 난 달라질 거야” “나 정말 힘들었어요 / 그대 땜에 얼마나 노력한지 몰라요 / 맵시 나는 스타일 기분 좋아 스마일 / 당당해졌어 이젠 나도”로 이어진다. 처음엔 ‘나이스 바디’를 살짝 비튼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말로’ 남자를 위해 살을 빼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해외 팬들이 뜨악해 하는 건 바로 이 점이다. 영상에는 쌓아둔 도넛에 집착하는 ‘빅걸’이 등장하기도 한다.

논점은 이 노랫말과 영상이 차별적이라는데 있다. 차별에 민감한 문화권에서는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얘기(속으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공개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몰상식하게 여겨진다)를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어떤 팬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어떤 팬들을 자극하고 있다. 아마도 효민이나 용감한 형제 쪽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일 것이다. 반면 한국에선 주로 티아라의 과거와 연관된 댓글이 많다. 이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자극적인 콘셉트가 등장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보통 SM이나 YG를 제외한 아이돌 음악이 국내에서만 소비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적 상황, 요컨대 ‘섹시 콘셉트’나 ‘사회 비판’이란 콘셉트도 한국 정황이 우선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K팝은 지구적인 범위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걸 바꿔 말하면 어떤 경우엔 지역성이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소수자나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차별에 반대하는 태도는 선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나 ‘국격’과 직결되는 요소기도 하다.

그 점에서 효민의 ‘나이스 바디’는 분명 문제적이다. 물론 나는 이 곡에 등장하는 여성의 욕망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남자를 위해 살을 빼고 싶은 여자의 마음도 존중하고 싶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누군가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킨다. 그래서 나쁘다. 차별은 늘 그렇게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이 점이 다소 가볍게 취급되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미 상식이다. K팝을 논할 때 이런 상식은 점점 더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

기분 나빠 가사를 보니 더 엉망 -Samantha

응원하고 싶지만 끝까지 못 보겠네요 -jiji lala

우상(idol)이 왜 이런 노래를… -apinkdorks

좋은 몸을 욕하는 혐오자는 무시해 - THISand

노래는 노래일 뿐이야 -Aiden

그저 과식 말라는 소리라고 -Anisot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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