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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큰소리 치고 때론 비굴한 속물남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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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큰소리 치고 때론 비굴한 속물남 그려"

입력
2014.07.0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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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10kg 늘리며 영화 재도전, 내적갈등 겪는 쾌락남 감정 연기

스타덤ㆍ마약… 굴곡의 20대 보내, "대중과 소통하는 연기 하고 싶어"

주지훈은 “과거의 잘못(약물 투약)에 대해선 인정을 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성은 내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대중과 좋은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주지훈은 “과거의 잘못(약물 투약)에 대해선 인정을 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성은 내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대중과 좋은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배우 주지훈(32)의 연기력에 부정적이라면 한번쯤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을 보고 나면 그가 달리 보일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양아치 같고 돈과 쾌락만 밝히는 속물 같아도 의리는 지키려는 남자. 주지훈은 극적인 상황을 거치며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인철을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조각해냈다. 2일 만난 주지훈은 연기에 대한 칭찬을 또 다른 주연배우 지성에게 돌렸다. “제가 연기할 수 있는 토대를 지성 형이 잘 만들어줬어요. 토목공사가 단단하게 된 거죠.”

‘좋은 친구들’은 죽마고우인 세 친구가 의도치 않게 가해자, 피해자가 되면서 겪는 심적 갈등을 그린다.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은 인물이라기보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세 친구 사이의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풀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가 성인이 돼 다른 모양의 화살로 돌아온다.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감정의 골을 숨기면서 과연 이들이 ‘좋은 친구들’인지 묻는다. 제목에 느낌표를 붙이고 시작한 영화는 물음표로 바꿨다가 종국엔 마침표를 찍는다.

주지훈에게 ‘좋은 친구들’은 배우로서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다. 모델에서 배우로 변신한 그는 드라마 ‘궁’(2006)과 ‘마왕’(2007)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2009년 마약류 투약 혐의로 기소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군 복무 등으로 공백을 거쳤으며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연기 활동을 재개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드라마 ‘다섯손가락’ ‘메디컬 탑팀’에도 출연했지만 ‘궁’ 시절의 영광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이 영화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메디컬 탑팀’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당시 연기하던 인물이 비현실적인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일상이 담긴 사실적인 작품에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점심과 저녁에 같은 메뉴를 먹고 싶지 않은 것처럼요. 읽자 마자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야기가 좋았던 게 첫 번째 이유였지만 연기할 맛이 나는 캐릭터라는 점도 좋았어요.”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연기도 좋아지는 법이다. 그는 “나 역시 친구들과 지내면서 상처를 받아 울기도 했고 상처를 준 적도 있어 영화 속 인물들에 더 끌렸다”고 했다. 인철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이지만 정의로운 의인도 아니고 매력적인 악인도 아니다. 뜻하지 않게 친구를 속이기도 하고 큰소리치다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기도 한다. 방탕하게 사는 30대 속물 아저씨의 몸을 만들기 위해 그는 단기간에 체중 10㎏을 늘렸다. 살을 찌우고 보니 “표정도 목소리 톤도 달라졌다”고 했다. 영화 포스터에 담긴 그의 낯선 얼굴이 간단한 증거다.

일상의 주지훈은 무척 유머러스하고 장난기가 많다. 현장에서도 셋 중 맏형인 지성, 막내 이광수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는 “영하 7, 8도까지 내려가는 한겨울에 살수차로 비를 맞아가며 연기했는데도 힘들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다.

굴곡 있는 20대를 보낸 뒤 맞은 30대, 그는 작품을 보는 눈도 연기도 달라졌다고 했다. “단 한 장면도 연기력을 보여주는 부분이 없는 영화인데도 굉장히 재미있을 수 있잖아요. 아무리 좋은 연기라도 어떤 작품에선 과하게 보일 수 있듯이 말이죠.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고 현장에서도 넓게 보게 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는 이런 겁니다. 관객과 잘 소통하는 연기, 영화가 주고자 하는 즐거움과 메시지에 맞는 연기. 그런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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