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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ㆍ도시락 반찬가게 등 18곳 119명 일자리
지난 4월 광주 광산구 선암동에선 조금 특별한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일반 상가나 주택을 개조해 만드는 여느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임대아파트 내 의료지원시설 등 공동공간의 일부를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나 돌잔치 등 각종 행사 개최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것. 직원들은 다름아닌 아파트 주민들로 소규모 워크숍이나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고안해 주변 관광지를 찾는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황룡강 게스트하우스’로 이름 붙여진 이곳에선 주민들이 공동공간을 적극 활용해 수익 및 고용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고 있다.
보통 임대주택이라면 주민들이 숙박사업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바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마을형 사회적 기업’ 조성 사업이다. 2010년부터 LH가 전국 임대주택단지 중 18곳에 설립한 마을형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인 주민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예산지원과 경영컨설팅, 회계ㆍ인사 관리 등 실무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한 주민은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일터를 갖게 돼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며 이웃 주민들과 교류 폭이 넓어져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LH는 국토개발과 주택공급을 기본 업무로 하는 공기업이다. 분당, 일산, 판교 등 신도시 개발부터 산업단지 조성, 혁신도시 개발, 임대주택 공급과 같은 주거복지사업까지 두루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고유업무를 기반으로 사회공헌활동 역시 활발한데, 임대주택 입주민의 복지 향상과 자활지원에 역점을 두고 설립한 마을형 사회적 기업의 경우 현재 전국 18곳에서 총 119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마을형 사회적 기업은 지역 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대구지역 임대아파트 거주자 모임인 ‘동구행복네트워크’는 도시락 급식 밑반찬을 제공하는 ‘웰도락’과 지역사회 문화공동체인 ‘반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25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는 친환경 유기농 장터를 운영 중이다. 2012년 전북 익산시 마을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된 ‘행복나루터’란 모임은 마을공방 및 도시락 반찬가게를 세웠고, 경기 파주시 ‘한울마을임차인대표회’에선 올 4월 북카페 ‘한울마실’을 오픈해 마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대주택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사회공헌활동의 초점을 맞춰온 LH는 한부모가정 및 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유별나다. 2008년 서울지역본부에서 시작된 후 지금은 전국 지역본부로 퍼져나가 17개 대학 440여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참여하는 ‘멘토와 꼬마친구’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들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와 진로상담, 정서지원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멘토와 꼬마친구’에선 대학생들이 활동 내용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아이들의 취미나 소질 등을 적극 반영해 체육대회, 문화체험, 대학탐방 등 맞춤형 활동을 펼치도록 이끈다. LH는 지난해 여름방학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대학생 200여명을 초청, 충북 괴산군 소재 청소년 수련관에서 멘토링 연합캠프를 개최해 산행과 뗏목탐사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줬다. 실제 대학생과 아이들의 소통에 방점을 두고 6년간 꾸준히 진행한 프로그램 덕분에 임대주택 거주 아이들은 성적 향상과 더불어 구체적인 희망을 품게 됐다. 각계에서도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멘토와 꼬마친구’는 대한민국 휴먼대상 보건복지부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지난해엔 유니세프&세이브더칠드런에서 주최하는 ‘아동친화경영 우수사례’에도 선정됐다.
LH는 2010년부터 아이들의 학습공간 마련에도 힘을 쏟았다. 임대아파트 내 방치된 공간을 활용해 공부방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 LH본사와 지역본부가 손 잡고 시설마련에 나섰는데, 지역본부가 바닥 난방과 부엌설치 공사를 마치면 본사에서 나서 내부 공간을 나누고 필요한 기자재를 들여놓는 식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38개 임대아파트 공부방이 마련됐으며 하루 평균 약 660명의 어린이가 이용하고 있다.
LH는 또한 공부방이 지속 가능하도록 각 지역아동센터의 등록기준을 충족하는 예산 및 기자재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인천 하늘마을, 원주 해오름꿈터, 청주 청개구리공부방 등 11곳이 지역아동센터로 승격되어 신고를 마쳤다.
이밖에 LH는 여름과 겨울 방학엔 급식을 통해 아이들의 끼니를 살피고 있다. ‘엄마손 밥상’이란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이 활동은 2005년 경기 수원 매탄 국민임대 아파트 등 3개 단지를 시작으로 매년 범위를 넓혀나가 2012년과 2013년 겨울방학엔 총 92개 단지에서 급식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단지 관리소 직원과 주민들이 함께 식단을 짜고 장을 보는 만큼, 이웃 간 소통의 폭도 넓어졌다. LH 관계자는 “문화활동과 일자리가 공존하는 사회적 기업 운영을 통해 입주민의 복지향상은 물론 자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아이들도 자신들의 집이 꿈을 키우는 공간이란 인식을 점차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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