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은 어렵다.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 문책 기준은 결과뿐이다. 그래서 누굴 쓸진 인사권자 마음이다. 의리로 뽑든 수첩에서 고르든. 다만 훈수 좀 들었다면 핑계라도 있었을 터.
“2014년 6월 세계배 대회를 위해 홍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의리신공’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의리신공은 박주영·정성룡 등 특정 멤버끼리만 펼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 의리신공은 그러나 화합신공이나 실력위주신공과는 극성. 섞어 쓰기도 불가능했다. 한 번 의리신공에 빠지면 다른 무공은 익힐 수도 없고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 의리신공엔 꼭 따라붙는 게 지킴이초식이다. (…) 홍 감독이 러시아전을 마치고 ‘수비형 공격수’ 박주영을 일컬어 ‘(수비수로서) 제 몫을 했다’고 했을 때, 알제리전 참패 뒤 ‘박주영이 균형을 잘 잡아줘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은 지킴이초식의 위력을 십분 실감해야 했다. (…) 홍명보의 월드컵뿐 아니다. 이런 극단적 희화와 풍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에도 똑같이 들어맞는다. 2014년 6월 세월호 극복을 위해 박통이 준비한 비장의 무공은 ‘수첩신공’이었다. 수첩신공은 김기춘·최경환 등 특정 멤버에게만 펼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 수첩신공은 그러나 국민대화합신공이나 대탕평신공과는 극성. 섞어 쓰기도 불가능했다. (…) 수첩신공에도 지킴이초식은 필수다. 연이은 인사 실패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경질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박통이 도로 정홍원 총리를 지명했을 때, 앞으론 인사수석실을 만들어 인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은 지킴이초식의 위력을 십분 실감해야 했다. (…) 그렇게 2014년 6월 대한민국 축구와 정치는 묘하게 닮아있었다.”
-‘의리신공’과 ‘수첩신공’(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겸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전문 보기
“한국 축구의 참패는 축구 기술과 축구 정신력이 모자랐기 때문만이 아니다. 원칙과 공정함을 저버린 정치 행위가 대표 팀을 지배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부 축구팬들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처참한 몰락을 예견한 것은 학교나 클럽 팀을 맡아본 적이 없는 홍명보 감독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고 본다. 축구협회는 외국 명장을 영입한다고 명단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도 접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홍 감독을 내세우기 위한 일종의 작전 아니었을까. (…) 홍 감독은 ‘경기를 뛰지 않으면 대표 발탁은 없다’는 원칙을 공언했으나 영국 2부 리그에서도 후보인 박주영을 뽑았다. 더욱이 정식 선발도 하기 전에 한국에서 협회가 지원하는 단독 훈련을 하게했다. ‘황제 훈련’이라는 희대의 용어는 여기서 생겨난 것이다. 또 독일 분데스리가의 주전인 박주호 대신 영국 프리미어 리거의 후보인 윤석영을 뽑으면서 인맥축구 논란도 거셌다. (…) K-리그 최고 선수로 꼽힌 이명주가 탈락하면서 런던 올림픽에서 뛴 '홍명보의 아이들'만 챙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 경기에선 졌으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원칙과 공정성을 줄기차게 외친 축구 팬들이 건재했다는 사실이 월드컵에서 본 한 줄기 희망이다.”
-‘정치축구’의 비극(동아일보 ‘손태규의 직필직론’ㆍ단국대 교수(언론학)) ☞ 전문 보기
대학은 부도덕하다. 베끼기와 갑(甲)질이 교수 사이에 횡행한다. 관행이다. 가담하지 않았다고? 침묵은 방조다. 대학이 아카데미 기능을 포기하기 시작한 지도 오래다. 정신 차리자.
“논문 가로채기와 표절, 교수 임용ㆍ승진 과정에서의 반 윤리적 행태, 연구비 부당 수령 등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는 장관은커녕 교수 자격조차 없다. 여전히 ‘네 탓’ 타령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말의 기대마저 접은 지금, 내가 작정하고 따져 묻고 싶은 것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20년간 아무 탈없이 교수직을 유지하고 여러 학회의 회장까지 맡을 수 있었느냐다. (…) 그가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 까닭은 자명하다. 우리 학계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된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비롯해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 크고 작은 논문 부정 사건들을 겪고도 아직 학문의 기본인 연구윤리조차 바로 세우지 못했다는 얘기이고, 지도교수라는 명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자기 집 애완견 보살피는 일까지 시키는 식의 ‘갑(甲)질’ 횡포가 우리 대학사회에서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 ‘김명수 참사’ 역시 탐욕스런 한 교수의 문제가 아니라 크든 작든 그저 넘겨서는 안 될 잘못들을 관행을 핑계 삼아 덮고 키워 온 대학사회, 교수사회의 공동 책임 아닌가. (…) 관행이라는 괴물이 공동체를 뿌리째 썩게 하는 걸 보면서도 외면하고 침묵한 것, 그러는 사이 스스로도 관행에 슬그머니 젖어온 것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김명수 사태, 대학사회도 공범(한국일보 ‘메아리’ㆍ이희정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뭐라 해도 대학교수는 65세 정년과 은퇴 이후엔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까지 보장되는 직업이다. 부산대 강명관 교수가 지금 대학을 ‘침묵의 공장’이라 일갈했듯, 비판적인 목소리는 죽인 채 정부의 시혜성 지원금을 나눠 먹겠다며 매달렸던 것도 그들 아닌가. 사회나 사람들 삶과 접점을 찾는 책은 ‘거리의 인문학자’들로부터 나오고 대학교수들은 몇명 읽지도 않을 ‘등록 학술지’에 게재될 논문 편수 채우기에 급급하다. (하긴 교육부 장관 후보라는 분은 이도 혼자서 다 못 채웠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출신으로 교수 자리를 수십년간 채워온 학교에서 학생들은 지도교수에게 줄서기부터 배울 텐데 무슨 경쟁과 다양성을 기대할까. 구성원들의 안일 또는 무기력과 주변의 냉소를 틈타 대학은 야금야금 잠식당했다. 타깃은 독문학·불문학 같은 인문계열과 기초학문이다. (…) 문제는 지금의 구조조정에서 전공의 경쟁력 잣대는 오직 ‘기업의 수요’뿐이라는 것이다. (…) 입만 열면 창의적인 인간을 찾는 기업들이, 대학을 기업의 실무교육장으로 여기며 당당하게 자신의 비용을 전가하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
-신 학력세탁(한겨레 ‘편집국에서’ㆍ김영희 문화부장) ☞ 전문 보기
중국과의 관계에 명확한 선을 그어라. 우파의 조언이다. 동반자의 의미를 미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거다. 그러나 야속한 미국이다. 말도 안 듣는 일본만 끼고 도니 말이다.
“2014년 동북아에서 미국은 중국과 일본의 충돌을 막는 균형자(balancer)로서의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동맹국이지만 중ㆍ일 간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보유해온 전략적 기득권에 중국이 도전하는 것을 동맹국들의 힘을 빌려 견제하고자 한다. 미국이 일본에 기대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의 부담을 공유하는 것이지 전쟁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이 동북아 세력 균형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기 위해선 미국과 동맹의 끈을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 (…) 우리가 미국에 중ㆍ일 관계의 균형자 역할을 지속해주길 기대한다면 한ㆍ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미국에 한ㆍ중 관계가 한ㆍ미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한ㆍ미 동맹 관계는 정치적 공감대가 아닌 경제 협력을 바탕으로 협력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ㆍ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다른 관계라는 확신을 가질 때 미국이 ‘진정으로’ 한ㆍ중 관계의 발전을 환영하게 될 것이다. (…) ‘고노 담화’ 훼손 등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는 중국을 끌어들이기보다 한ㆍ일 양자 간에 다뤄나가면서 유엔이나 여타 국제기구 등 다자 외교 현장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좋다. 역사 문제를 한ㆍ중ㆍ일 3자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한ㆍ중이 일본에 대립하는 구도가 되어 북한 문제에 관한 한ㆍ미ㆍ일 공조 체제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한ㆍ미관계와 차원 다른 한ㆍ중 관계(조선일보 ‘朝鮮칼럼’ㆍ김성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전 외교부 차관)) ☞ 전문 보기
“미국이 최근 몇년 사이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지지하는 데는 자기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미국의 대외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미국 편인 일본이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게 할 필요가 있다. (…) 문제는 그것이 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고노담화를 훼손하는 지금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제 코가 석자인 미국의 사정과 무관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졸업연설에서 어지간해서는 해외에 군사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판 보통국가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보통국가 미국은 보통국가 일본을 필요로 한다. 몇십년 전 일어난 일본 제국주의의 반인도적 범죄 사실은 냉정히 말해 미국의 국가 정책 결정에 고려대상이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당사국이었던 한국을 고려하지 않은 일본의 1단계 보통국가화가 그랬듯이 2단계 보통국가화 프로젝트가 몇십년 뒤 또 어떤 후과를 남길지는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이 시점 한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의 거대한 장기판에서 ‘졸(卒)’로 대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국가 미국, 보통국가 일본(경향신문 ‘특파원 칼럼’ㆍ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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