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개장 여부를 놓고 1년여를 끌어온 한국마사회 신용산 장외발매소(렛츠런 CCC. 용산)가 문을 열었다. 시범운영 형식으로 3개층만 임시로 운영해본 뒤에 최종결정을 하겠다는 것이 마사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시범운영도 안 된다며 임시 개장 첫날부터 건물 입구를 봉쇄했다. 이 와중에 6월 28일 16명, 이튿날인 29일 171명의 경마고객이 입장했다고 마사회는 밝혔다.
대책위는 “장외발매소 인근 5~15분 거리에 학교 4곳이 있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 당할 것이 분명하다”며 장외발매소를 시 외곽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3일 장외발매소의 철수를 요구하는 주민 5만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용산 지사는 학교로부터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교실 개설 및 복지비 지원, 고용창출 등 순기능도 많다는 게 마사회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주민 대책위와 마사회 간의 접점 없는 대립은 경마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차이에서 비롯된다.
대책위는 경마를 레저스포츠가 아닌 도박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화상발매소는 단순히 베팅만 하는 곳으로 레저공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마사회는 경마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경마는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레저스포츠이며, 미국의 켄터키더비와 호주의 멜버른컵 경마는 일생에 꼭 한번 봐야 할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로 인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외발매소도 일본 홍콩 등 선진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도로 주민들과의 마찰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경마팬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한 경마팬은 “그동안 장외발매소들이 혼잡하고 무질서한 환경 속에 운영되도록 한 마사회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최근 장외발매소들의 환경이 대폭 개선되고 있는 만큼 주민들의 인식변화를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도박장’ 논란에 대해서는 “축구와 야구에도 토토 베팅이 이뤄지고 있고 도심 호텔에서도 카지노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장외발매소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쾌적하고 질서있는 환경이 유지된다면, 경마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민들과 경마 관계자들은 우리 사회에 베팅산업과 관련해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 용산 장외발매소 사태가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주목하고 있다.
홍성필기자 sphong@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