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수원 장악
전문가 "여름엔 원유정제공장보다 중요"
이라크 사태에서 물 공급에 대한 통제권이 전쟁 승패에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과 이라크의 안보 전문가들은 그 동안 강과 댐의 통제권이 이라크시리아이이슬람국가(ISIS)에 주요한 전략적 무기로 쓰였다고 말한다.
카타르에 있는 왕립연합싱크탱크서비스 마이클 스테판 부원장은 “반건조 지대로 정기적으로 극심한 물 부족을 겪는 이라크에서 강과 운하, 댐 하수도 담수화플랜드 등이 모두 무력공격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 공급에 대한 통제권은 도심은 물론 외곽지역에 대한 전략적 통제권을 부여한다”며 “우리는 물 확보를 위한 전쟁을 하고 있고 물은 이라크의 어느 집단에게나 생명을 의미할 정도로 중요한 전략적 목표”라고 말했다. 스테판 부원장은 “물 통제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그다드를 장악하는 것 못지 않게 이번 전쟁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SIS는 현재 터키에서 걸프만으로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의 상류 지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두 강은 이라크인과 많은 시리아인들이 음식과 식수, 산업을 위해 의존하는 수원(水源)이다.
중동안보 전문가인 매튜 맥초우스키는 “수니파 무장단체는 시아파들이 거주하는 남부 지역에 물 공급을 끊기 위해 수리시설을 공격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물 공급은 모든 측면에서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돼 왔고 이라크에서 여름에는 심지어 원유 정제공장보다 더 중요하다”며 “단수조치는 위생과 건강상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이라크군은 8㎞에 이르는 하디타댐을 수호하기 위해 병력 2,000여명을 급파했다. 전문가들은 만일 그 강이 ISIS에 넘어 간다면 ISIS가 이라크 수력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게 되고 반군들이 바그다드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디타댐의 통제권은 2003년 이라크를 공습한 미국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하디타댐을 사담 후세인의 군대가 장악하면 대량살상무기로 바꿀 지 모른다는 최악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물의 흐름을 통제하는 댐의 잠금 문을 열어버리면 바그다드로 향해야 할 전력이 끊기고 수백개의 도시와 마을이 물에 잠겨 이라크 자체가 절반쯤 못 쓰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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