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적 현실주의 이후 美·日과 각 세우고 北과 거리
한중 정상 입에 세계가 시선, 우리는 우방 美 입장도 신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 4일 방한을 계기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조짐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특히 중국이 확대된 국력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공세적 현실주의’의 적용으로도 해석돼 한반도 주변의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한국은 자칫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넛 크랙커(nut cracker)’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더구나 일본이 한미일 대북공조 대열을 이탈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더욱 심각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미중의 한반도 전략 한 가운데 선 한국
시 주석의 방한에 앞서 한미일 합참의장은 2일 미 하와이에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시 주석 방한 바로 전날이다. 그간 화상회의로만 만났던 3국 합참의장이 실제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도발위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초청으로 마련된 자리인 만큼 동북아 지역안보 협력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극도로 꺼리는 이슈다.
미국이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일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 일본이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을 공식화한 것도 공교롭기는 마찬가지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이 이처럼 대놓고 견제한 적은 없다”며 “시 주석을 초청한 우리 정부로서는 무척 곤혹스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올해 들어 3가지 구상을 잇따라 밝히며 대등한 미중 관계를 꾀하고 있다.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를 계기로 새로운 안보관을 제시했고,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창설을 주도하며 아시아 고유의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간 가교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들 모두 미국과 일본이 배제된 중국의 대외전략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지역전략이 맞부딪치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세계가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의 참여 제안에 우리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면 시 주석은 큰 추동력을 얻지만 반대로 미국은 상당한 손실이어서 한국의 선택 방향은 향후 동북아 질서를 좌우한 핵심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 주변국과의 제로섬에서 벗어나야
물론 한중 관계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돈독하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고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차단해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점에서 양국의 지향점은 일치한다. 경제, 문화로 범위를 넓히면 양국 관계는 더욱 촘촘해진다. 또한 한중 관계가 단단해지면 우리 정부는 동맹인 미국에 대한 지렛대를 확보할 수도 있다. 동북아의 이단아로 통하는 북한과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해결을 고리로 한데 뭉치고 있지만 강화된 한중 관계는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북일 양국을 저지하는 마지노선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한중 정상이 취임 후 2년 만에 5번째 회담을 갖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공세적 현실주의로 돌아선 이후 미국은 끝없이 견제하고, 일본은 영토분쟁으로 대결하고, 혈맹인 북한마저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중국이 손을 내밀 선린국은 우리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입장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거의 단순한 등거리 외교가 아니라 미중 양쪽을 아우르는 복합적 상호의존을 강조한다. 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지만 지난해 7월 첫 회의 이후 좀처럼 재개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한미중 전략대화’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중국은 한국을 통해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는 통로를 찾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간 양자택일의 제로섬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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