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도입된 ‘고용형태 공시’ 결과가 나왔다. 공시 기업 4,942곳의 전체 노동자 436만4,000명 중 직접고용은 348만6,000명(79.9%), 파견ㆍ하도급ㆍ용역 등 간접고용은 87만8,000명(20.1%)으로 집계됐다. 직접고용 노동자 중 정규직은 78.5%, 기간제는 19.4%였다. 기업의 자체 집계여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나 후진적 고용구조 개선 논의에 필수적인 고용실태 통계자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간접고용 실태다. 공시된 간접고용 노동자의 80%가 1,000명 이상 대기업에 소속돼 있는 등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다. 기업별로는 대우조선해양이 69.9%로 가장 높았고, 포스코건설(65.5%), 현대건설(65%), CJ대한통운(64.8%), 에스원(63%), 삼성중공업(62.8%), 삼성엔지니어링(58.0%), 삼성물산(54.6%) 등도 절반을 넘었다. 대기업이 앞장서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 온 것이다.
특히 조선업 철강업 등 산업재해 위험이 큰 업종의 간접고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산재로 8명이 숨진 현대중공업도 간접고용 비율이 59.5%에 달했고, 지난해 3월 전남 여수산업단지 폭발사고로 6명의 사망자를 낸 대림산업도 56.3%로 집계됐다. 간접고용의 폐해로 지적돼 온 ‘위험의 외주화’가 실제 통계로 확인됐다.
1997년 파견법 제정 이후 확산된 간접고용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가파르게 늘어왔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자 대기업들이 규제가 약한 간접고용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현재 간접고용 노동자 규모는 2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간접고용은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구조화,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기본권의 제약 등 숱한 문제점을 낳아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기형적인 고용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법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지만, 먼저 정부의 근로감독부터 강화해 법망을 교묘히 피한 불법파견 등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더불어 고용형태 공시제도가 본래 목적대로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견인할 수 있도록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위반시 제재 규정을 두는 등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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